[장미섬우화] (79) 제2부 : 썩어가는 꽃 <14>

그 순간 초이는 사람 좋은 남자의 본성을 드러내면서, "허니, 괜찮아.내가 너무 무리한 요구를 했나봐. 너무 신경쓰지마" 말은 그렇게 했지만 어쩔 수 없이 그의 마음속에서는 볼부은 소리가 나온다. 다시는 너하고 안 올거다. 내가 어떻게 오늘 너를 만나러 왔고 천신만고 끝에 마리화나도 구했는데. 백마담은 언제나 그것을 상비하고 있다가 거금을 주고 사오는양 위장하고 있고 누가 어떻게 파멸하든 그 마담에겐 양심이란 없다. 인간적으로 끝이 안 보이게 타락한 업주여서 초이가 명씨 가문의 막내라는 것을 안 순간 그의 주머니를 털려고 명단에 올려놓고 있었다. 그래서 잘 안 내놓는 제인까지 딸려서 내보낸 것이다. 그날밤 백마담이 챙긴 돈은 백만원이 넘었다. 제인에게 지불되는 것은 불과 오십만원밖에 안 된다. 갖고 나온 삼백만원에서 지금 그의 주머니에는 칠십만원밖에 안 남았다. "미자, 아무래도 미자는 내 타입이 아닌가봐" "노력해볼게요. 나는 초이를 보면 이 세상에서 사라져 버린 빌리를 떠올리는데도 러브메이킹은 잘 안 돼요" "오늘은 내가 미자를 즐겁게 해주고 나도 나가 떨어지리라고 기대했거든.그런데 이게 뭐야. 사하라사막에 넘어져 있는 선인장 풀같이 너무 드라이하잖니" "리키, 더 짖어봐요. 그러면 나의 리비도가 살아날지도 몰라요. 미국의 당신 섹스 여교사 이야기도 해주고요. 그 여자는 어떻게 무슨 재주를 가지고 있었나요" "그 여자는 침실에서는 언제나 눈을 감고 있었어. 부처처럼 선을 하는자세였어" "도 통한 여자로군요" "맞아. 그 여자는 도가 통한 여자였어. 집세도 안 받고 오직 자기 침대에서 자주면 됐어. 나는 아버지가 재벌이라고 했지. 이 양반이 보내주는 학비를 취미인 하는 비디오촬영 비용으로 충당하고 또 그 여자에게 맛있는 것을 사주는데만 쓰다가 아버지에게 잡혀서 돌아와 결혼을 했어. 와이프는 나보다 더 부자야" 그는 저번에도 자기가 부자라는 것을 끔찍이 자랑했었다. 제인도 그가 부자인걸 알고 룸까지 온 것을 보면 제 자랑도 가끔은 필요한 것인가보다. 그런 말을 하면서도 그는 열심히 제인에게 불을 붙이기 위해 애를 쓴다. 그리고 그녀가 와이프가 아니고 자기의 욕망을 만족시켜주는 아가씨여서 꾹 참고 그녀를 터치한다. 혀와 입술로 그녀를 불붙이기 위해 터치하고 또 한다. (한국경제신문 1997년 4월 4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