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을 키우자] 21세기 '능력'이 좌우..'능력개발 캠페인'

[ 한국경제신문-노동부-산업인력관리공단 연중 캠페인 ] 산업 역군-. 근로자들이 이렇게 불리던 시절이 있었다. 우리도 한번 잘 살아보자고 다짐하며 일어섰을 때다. 이들이 변변한 부존자원 하나 없는 이 땅에 맨주먹으로 산업의 씨앗을 뿌리고 가꿨다. 그리고 마침내 세계가 놀라는 "한강의 기적"을 일궈냈다. 오늘의 경제발전은 한마디로 근로자들이 피와 땀으로 일궈낸 "대역사"다. 그렇다면 우리 경제를 선진국 문턱까지 끌어올린 이들 근로자가 아직도 산업역군으로 칭송받는 분위기인가. 대답은 "노"이다. 어떤 면에서는 아예 경제성장의 걸림돌쯤으로 취급받고 있는 실정이다. 유행처럼 번지고 있는 명예퇴직의 거센 바람이 이를 반증한다. 기업들이 더이상 근로자들에게 지금같은 고임금을 주면서는 사업을 할수 없다고 하소연하는 상황이다. 이같은 현상에 대해 노동집약형에서 기술집약형으로 바뀌고 있는 산업구조조정과정에서 일어나는 어쩔수 없는 결과라고 자위할수도 있다. 그러나 경제학자들은 더 근본적인 이유를 쓸만한 기술인력을 양성하지 않은데서 찾고 있다. 우리기업은 그동안 눈앞의 이익에만 매달려 급변하는 산업구조에 대응할 인력양성을 소홀히 한게 사실이다. 이때문에 경영난을 겪고 있는 기업의 근로자들이 산업현장에서 재활용되지 못한채 거리로 내몰리고 있는 것이다. 이젠 경쟁력을 갖춘 인력양성에 눈을 돌려야 한다. 우리에겐 사람외에는 자원이 없다. 근로자가 유일한 자원이다. 여기서 에너지를 얻지 못하면 경제발전의 동력은 꺼질 수밖에 없다. 최근 몇년간 심화되고 있는 경제난은 인적자원 개발을 도외시한 자업자득이라고 할 수 있다. 이는 한국 근로자의 교육훈련비 지출현황에서 잘 나타난다. 근로자 1인당 연간 교육훈련비가 27만6천원으로 미국 생산직근로자 훈련비(1천1백20달러)의 4분의1 수준에 불과하다. 매출액대비 평균 교육비 비중은 고작 0.3%이다. 그나마 지난 90년이후 나아진게 없다. 반면 미국 제록스 코닝등은 총임금의 10%를 직업훈련에 쏟아붓고 있다. 우리가 가야할 길은 명확하다. 사람을 키워야 한다. 신산업구조에 대응할 수 있는 고급노동인력이 없이 세계경제전쟁에 나선다는 것은 "맨주먹으로 총칼에 대항하는 꼴"밖에 안된다. 클린턴 행정부가 들어서자마자 시행해 미국 경제를 회생시킨 "라이시 프로그램"은 이런 점에서 시사하는 바가 크다. 라이시 프로그램이란 로버트 라이시 당시 노동부장관 주도로 실시한 직업재훈련 정책. 미국은 이 프로그램 덕택에 근로자 수백만명의 직업능력을 높임으로써 기업의 경쟁력을 대폭 끌어올리는 동시에 고용안정 효과도 보았다. "한국도 인력개발 목표를 양에서 질로 전환해야 한다. 첨단화 정보화되고 있는 산업사회에 맞는 근로자를 육성해야 한다"(손창희 한양대교수)는 지적은 그래서 한층 무게가 실린다. 미국 하버드대 포터(Poter)교수의 지적대로 국가경쟁력의 원천은 저임금(생산요소우위)이나 대량생산 대량판매(시설투자우위)에서 "기술우위"로변했다. 부지런함만을 앞세운 한국경제가 기술우위시대에 자리를 지키기조차 버거운 것은 어찌보면 당연하다. 우리 경제가 국민소득 1만달러를 넘어서며 고도산업사회에 접어들자 마자 힘을 잃고 있다는게 이를 반증한다. 인력개발을 등한히 해온 대가를 톡톡히 치르고 있는 셈이다. 세계 경제전쟁에서는 기술을 창출할 인력만이 최대 무기요 자원이다. 인력을 어떻게 키우고 활용하느냐에 국가의 생존이 달려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한국경제신문이 노동부 한국산업인력관리공단과 공동으로 "사람을 키우자"라는 캐치프레이즈 아래 "능력개발 캠페인"을 펴기로 한 것도 우리경제의근본문제부터 치료하면서 미래를 열자는 취지다. 우리의 화두는 이제 능력개발이다. 여기에 21세기로 가는 한국경제의 앞날이 달려 있다. (한국경제신문 1997년 4월 7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