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자칼럼] 벤처 기업

요즘 벤처기업이 한국경제를 다시 살릴수 있는 구세주처럼 떠오르고 있다. 하지만 막상 벤처기업이 무엇인가에 대하여는 그 뜻이 모호하기 그지없다. 우선 "고도의 기술과 장래성을 가지고 있으나 위험성이 큰 초기발전단계의 모험기업"이라고 인식해도 무방할 것이다. 미국의 경우 정보통신, 소프트웨어, 의료기기, 바이오 테크놀로지분야등이 벤처기업의 주종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같은 첨단산업에만 벤처기업을 국한하는데는 함정이 있다. 지금 한창 각광받고 있는 정보통신산업만 해도 미국은 GDP의 10%, 일본은 5%에 불과하다. 이에서 제외된 90~95%의 분야가 벤처기업의 관심밖이라고 하면 말도 안된다. 세계적 경영학자 피터 드러커는 "우량성장산업은 로 테크 (Low Tech)산업분야 안에 다수 존재한다"고 말한바 있다. 말하자면 보통산업 생활산업이라고 하는 곳에도 벤처기업이 수두룩하게 있을수 있다. 미.일 등에서 벤처기업이 붐을 이루는 것은 산업구조가 전환되는 현상이라고 한다. 일본 통산성은 산업구조가 후지산형에서 북알프스산형으로 이행하는 것이라고 보고한바 있다. 그러니까 돌출되어 우뚝 솟은 산업의 비중이 줄어들고 그대신 무수한 봉우리들이 나란히 서 있는 것처럼 다양한 중소 중견기업들이 서로 경쟁하는 시대가 열린다는 풀이이다. 나라마다 그나라 전통에 따라 벤처기업의 양상이 다르다는 점도 주목할만하다. 미국인들은 입사와 퇴직이라는 2단로켓 인생은 없으며 인생설계 자체가 다양하여 자유롭게 움직인다. 이에 비해 일본인들은 평생직장을 희구한다. 미국에선 대학교수나 기업간부들이 벤처기업을 하는 경우가 많은데 일본은 그렇지 못하다. 벤처 캐피털도 미국은 스톡옵션 (자사주 구매권)을 노린 시민들의 돈이 많이 동원되는데 비해 일본은 금융기관의 융자라는 점이 다르다. 벤처기업 형태도 미국은 돌파형 발상형이지만 일본은 종래산업의 연장형 개량형이라고 한다. 일본은 미국처럼 맨주먹으로 출발하는 경우가 드물고 대기업의 자회사로 시작하게 된다는 것이다. 한국의 벤처기업들은 어떤 모습을 취할지 궁금하다. (한국경제신문 1997년 4월 7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