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보 청문회] 답변 불성실...분노...허탈 .. 첫날 시민반응

국회 한보청문회의 막이 오른 7일 시민들의 눈과 귀는 서울구치소 증언대에 오른 정태수 한보그룹 총회장의 입에 쏠렸다. 그러나 국회의원들의 쏟아지는 질의에 정총회장은 "기억이 잘 안난다""재판계류중이기에 진술을 거부한다"는 등의 답변아닌 답변으로 대응,TV와 라디오로 이를 지켜보던 시민들의 분노를 샀다. 특히 우회적인 방법으로 일부 설(설)에 대한 확인을 해주기도 했지만 정총회장은 예의 "자물쇠입"을 다시금 보여줌으로써 진실규명을 기대했던 시민들에게 허탈감을 안겨줬다. 게다가 시민들은 정총회장을 두둔하는 듯한 일부의원들의 노골적인 질의태도에 불쾌감을 표시하는등 한보청문회의 "첫 공연"에 큰 실망을 나타냈다. 서울대 신용하 (사회학과) 교수는 "정총회장이 불성실한 답변과 설교식 대답으로 일관하는데도 일부 의원들이 면피성 질문으로 그냥 넘어가 실망스럽다"며 "특히 국민들을 우롱하는 듯한 정총회장의 당당한 모습에는연민의 정까지 느낀다"고 말했다. 신종원 서울YMCA 시민중계실장도 "국회의원들은 국민을 충실히 대변해 일련의 한보의혹을 풀어야 한다"며 "생중계로 진행되는 만큼 국회의원들의 진실밝히기가 어느때보다도 중요하게 요구된다"고 지적했다. 김준 (서울대 경영학과4)씨는 "관련자들에게 면죄부만 주는 결과를 초래해서는 안될 것"이라며 "특히 여당의원들은 한보사건을 은폐하는 데 치중하지 말고 진실규명에 적극 나서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강남고속버스터미널에서 한보청문회를 지켜본 회사원 방기환씨는 "한보사건은 정.관.재계가 얽힌 건국이래 최대의 부정부패사건"이라며 "5공청문회나 5.18청문회처럼 어물쩡 넘어갈 경우 국민적 반발을 불러 일으킬것"이라고 경고했다. 주부 이미경 (서울 성동구 응봉동)씨는 "진실을 파헤치는 과정이나결과가 지난 88년의 5공청문회와 다를 바가 없다"며 "오히려 얼어붙은 경제를 살리는 "경제청문회"를 개최하는게 낫다"고 말했다. (한국경제신문 1997년 4월 8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