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14일자) 수도권개발의 다핵전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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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는 2011년을 목표연도로 정부가 마련한 제2차 수도권정비계획은 우리나라 국토개발계획의 중추적 내용을 담고 있다는 점에서 관심을 갖지 않을수 없다. 다음달중 국무총리를 위원장으로 하는 수도권정비위원회의 심의를 거쳐 최종 확정될 이 계획은 수도권기능을 서울중심의 단핵구조에서 외곽지역의 자족적 생활권개발을 통한 다핵구조로 개편하고 세계화와 통일시대에 대비한 교통망확충 등 사회간접시설의 재배치 등을 주요내용으로 하고 있다. 정보통신기술의 발달 등 국내외 경제-사회 여건변화에 맞춰 수도권기능이 재정비돼야 하고 특히 심각한 교통난과 환경오염 등 서울의 열악한 생활여건을 개선해야할 필요성을 감안하면 이같은 기본전략은 당연하고 불가피한 선택이라고 본다. 다만 이러한 장기계획은 실효성있는 실천계획과 집행이 뒷받침될 때에만 성공을 거둘수 있다는 점에서 앞으로 정책당국이 유의해야할 몇가지를 지적하고자 한다. 첫째로 어떤 일이 있어도 수도권집중억제의 기본목표가 모든 시책에 우선돼야 한다는 점이다. 인구 산업 행정 등 대다수 국가기능의 수도권집중,특히 서울편중현상은 굳이 장황하게 설명할 필요가 없다. 또 이를 완화하기 위한 정책적노력이 없었던 것도 아니다. 60년대 이후 인구집중억제시책이 강구돼 왔고 산업의 지방분산도 우선순위가 높은 시책중의 하나였다. 그럼에도 별다른 성과를 거두지 못한 것은 기본원칙이 철저히 지켜지지 못했기 때문이다. 이번 2차정비계획의 가장 핵심내용인 서울의 과밀시설이나 기능의 외곽이전도 자칫 서울의 과밀문제를 해결하는 대신 수도권전체로는 인구유입촉진 등 오히려 비대화효과를 가져오지 않을까 우려된다. 때문에 수도권기능재조정 뿐아니라 획기적이고 효과적인 지방거점도시 개발계획 등이 함께 추진돼야 실효를 거둘수 있다고 본다. 둘째 앞으로 수립하게 될 지역생활권별 정비계획에서 지역간 이해상충과 경쟁적인 개발의욕을 어떻게 조화시키느냐는 문제다. 합리적인 안이 마련되지 못할 경우 장기목표에 배치되는 지역사업들이 속출할 가능성이 크다는 점을 정책당국은 유념해야 할줄 안다. 세번째는 구체적인 사업시행에 있어 교통 환경 등 여러가지 영향평가를 보다 철저히 해서 생활환경의 악화를 사전에 차단할 필요가 있다. 벌써부터 한강 상수원의 오염심화나 대단위 유통단지건설에 따른 수도권 교통난가중 등의 우려도 많은 편이다. 넷째로는 일관된 정책기조의 유지다. 당연한 "공자말씀"같지만 그동안의 갈팡질팡해온 수도권개발정책을 보면 가장 중요한 과제라는 생각이다. 선거때만 되면 일부지역의 그린벨트가 풀리고 기본계획을 벗어나는 각종 지역개발사업이 성행해왔다. 그같은 일이 재발돼서는 아무리 좋은 계획도 실효를 거두기 어렵다. 법을 만들고 멋진 장기계획을 수립하는 일보다 실효성있는 집행이 더욱 중요함을 거듭 강조해 둔다. (한국경제신문 1997년 4월 14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