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찰리 존슨 <프랭클린 템플턴그룹 회장>

"미국에서는 한국 증시를 투자가치가 높은 시장으로 평가하고 있고 향후 한국에 대한 템플턴 펀드의 투자규모도 확대할 계획입니다" 쌍용 템플턴 투자신탁운용 창업식 참석을 위해 한국을 방문한 찰리 존슨(Charlie B Johnson) 프랭클린 템플턴그룹 회장은 한때 잇따른 부도사태로 한국증시에 대한 불안감이 높아졌던 것도 사실이지만 한국경제와 증시에 대해서는 낙관하고 있다며 이같이 말했다. 특히 5월부터 국내 증시에 대한 외국인 투자한도가 확대되면 많은 미국 투자가들이 한국증시에 대한 투자규모를 확대할 것이라며 현재 템플턴 그룹도 한국에 연구인력이 파견, 기업분석을 벌이고 있으며 조만간 투자규모를 확대할 계획이라고 덧붙였다. [ 만난사람 = 김남국 증권부 기자 ]====================================================================== -방한 목적은 무엇입니까. "한국에서 쌍용투자증권과 합작으로 쌍용-템플턴 투자신탁운용회사를 설립했습니다. 이를 축하하기 위해 방한했고 이곳에서 이경식 한국은행총재와 홍인기 증권거래소 이사장 등을 만날 계획입니다" -최근 한보와 삼미의 부도사태로 미국인들이 한국 금융시장의 불안감을 갖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는데요. "물론 잇따른 부도소식이 알려지고 나서 한국 금융시장에 대한 불안감이 있었던 것은 사실입니다. 그러나 시간이 지나면서 이런 불안감이 많이 사라졌습니다. 오히려 한국기업들이 구조조정을 단행하고 있고 이에 따라 자금조달의 필요성이 높아지고 있어 투자의 기회라는 인식도 확산돼 있습니다. 또 많은 한국기업들은 내재가치에 비해 현재 주가가 저평가 돼 있다는 인식도 확산돼 있습니다" -한국경제와 증시에 대해서도 낙관적인 생각을 갖고 계십니까. "그렇습니다. 한국 경제는 이전처럼 고도 성장을 달성하기는 어려울 지라도 지속적인 성장은 가능합니다. 그리고 급속하지는 않지만 구조조정도 꾸준히 진행되고 있습니다. 이같이 한국경제의 성장은 언젠가는 증시에 반영될 것입니다. 장기 투자라는 관점에서 한국시장이 매력적인 것은 바로 이같은 이유 때문입니다" -5월부터 외국인 한도가 확대될 예정입니다. 외국 투자가들이 한국증시에 투자규모를 늘릴 것으로 예상하십니까. "무척 희망적이라고 봅니다. 외국인 투자한도가 20%에서 23%로 확대되는데 오히려 더 많은 폭으로 확대돼야 한다고 봅니다" -템플턴그룹에서도 한국시장에 투자를 확대할 계획이 있습니까. "현재 한국에 투자규모가 10억달러에 이릅니다. 그런데 한도확대에 즈음해 투자규모를 확대할 계획입니다. 아직 구체적인 계획이 마련돼 있지는 않지만 저희 템플턴그룹의 최고의 펀드매니저 가운데 한사람이며 동구 및 남아메리카의 이머징마켓을 총괄하는 마크 모비우스씨가 현재 한국에 체류중입니다. 목적은 한국 기업들을 분석해 내재가치가 높고 주가가 낮은 기업을 찾아내는 것입니다. 현재 20개 한국기업을 대상으로 조사를 벌이고 있습니다. 조사결과가 나오는 대로 한국에 투자규모를 확대할 것입니다. 확대폭은 조사결과와 외국인 투자한도 확대폭과 연계해서 결정할 계획입니다" -템플턴 그룹에서는 어떤 투자지표를 활용해 투자종목을 선정하십니까. "우선 템플턴 펀드의 가장 큰 특징은 장기투자와 분산투자라는 점입니다. 최소한 5년이상을 바라보며 장기간 투자를 하고 있고 한 지역에만 투자하지 않고 전세계 주식시장을 대상으로 하는 분산투자를 원칙으로 합니다. 개별 종목을 선정할 때는 기업의 내재가치와 현재의 주가를 가장 우선 고려합니다. 내재가치에 비해 가격이 낮은 기업을 대상으로 투자한다는 것이지요. 성장성을 나타내는 다른 변수들은 크게 고려하지 않고 있습니다" -쌍용증권과 합작으로 투자신탁운용회사를 설립했는데 한국에서 투자신탁업의 성장가능성이 어느정도라고 보십니까. "개인투자가들이 가장 안정적으로 높은 수익을 올릴 수 있는 방법은 투자신탁회사를 활용하는 것입니다. 40여년전 미국에는 대부분 개인투자자들이 스스로 주식투자를 하거나 은행 보험 등에 자산을 맡겼지만 지금은 대부분 미국가정이 투자신탁회사를 통해 자산을 운영하고 있습니다. 한국도 이같은 비슷한 과정을 거칠 것으로 봅니다. 주식투자자 뿐만 아니라 은행과 보험에 자산을 운용하는 사람들까지 대상을 확대하면 가능성은 무척 크다고 봅니다" -그렇지만 아직까지 한국에서 투신시장은 저변이 확대돼 있지 않고 경쟁도 치열합니다. 합작 투자신탁회사의 특별한 운용전략이 있습니까. "합작 투신사는 철저하게 자율적으로 운용토록 할 계획입니다. 단 템플턴는 그동안 쌓아왔던 경험과 마케팅방법 등을 제공하게 될 것입니다. 테플턴사는 뛰어난 상품과 운용실적, 높은 서비스수준을 자랑하고 있습니다. 아직 한국 투자자들에게 선진 금융회사의 상품에 대한 홍보가 제대로 이뤄져 있지 않다고 생각합니다. 각종 자료와 토론회 등을 통해 일반에 홍보할 계획이고 영업사원들에게도 상품을 철저하게 이해시키는 교육을 강화할 것입니다. 또 중간 중간마다 펀드의 운용실적을 알 수 있는 지표를 만들어 투자자들에게 제공하는 등 신뢰감도 높일 수 있도록 노력할 것입니다" -한국에서도 빅뱅이라 할 만큼 급격한 금융시장 자유화가 진행되고 있습니다. 합리적인 금융개혁을 위해 무엇이 시급한 과제라고 보십니까. "금융업의 개방화 국제화가 선결과제라고 봅니다. 아직 한국에는 많은 규제가 있어 외국인들이 투자하고 싶어도 제대로 투자하지 못하고 있고 반대로 한국에서 외국기업에 대한 투자도 어렵습니다. 그러나 이미 뉴욕 런던 도쿄 등 선진 금융중심지에서는 한국시장에 대해 아주 잘 알고 있습니다. 국제적으로 이뤄지고 있는 대규모 자본의 공급 및 운용 조달계획에 한국 금융기관들이 지분을 참가하는 등 적극적으로 개방을 추진해야 할 것입니다" -지난해에는 선진국 증시가 활성화된데 반해 이머징마켓(신흥시장)은 침체를 맞이한 곳이 많았습니다. 이머징 마켓에 대한 투자를 계속 확대할 계획입니까. "지난해 이머징 마켓의 수익률이 떨어진 것이 사실입니다. 그러나 기업의 내재가치를 위주로 분산투자한 결과 템플턴에서 운용하는 펀드의 수익률은 크게 영향을 받지 않았습니다. 시간이 지나면서 시장여건이 달라지고 내재가치에 합당한 주가가 형성되면 그때 주식을 처분하면 됩니다. 이같은 방법을 활용하면 단기적인 시장상황에 크게 영향받지 않고도 안정된 수익을 올릴 수 있습니다. 이런 측면에서 이머징 마켓에 대한 투자는 의미는 계속 커질 것으로 봅니다" > "국내 주식시장 싯가총액의 1.5배에 달하는 자산 운용을 책임지는 거물" 찰리 존슨 프랭클린 템플턴그룹 회장의 지위를 상징적으로 나타내는 말이다. 현재 우리나라 주식시장의 시가총액은 약 1천4백억달러(1백26조원). 이에비해 템플턴그룹이 운용하는 자산의 규모는 1천9백억달러(약 1백70조원)에 이른다. 미국 금융시장에 막강한 영향력을 끼치고 있는 그는 지난 57년 그의 형인 루퍼드 존슨과 함께 프랭클린 템플턴그룹의 모태인 프랭클린 리소스그룹을 창업했고 68년부터 템플턴 그룹의 회장으로 일해왔다. 존슨 회장은 54년 예일대학에서 경제학과 정치학을 전공했고 창업이후 회장을 역임하면서 뉴욕증권분석가협회 회장으로도 활약했고 88년에는 전미 증권딜러 감독위원회 전국연합회의 제 2지구 공동회장을 맡기도 했다. 프랭클린 템플턴 그룹은 전세계 주식시장을 대상으로 펀드를 운용하는 투자신탁회사로 명성을 얻고 있으며 순자산기준으로 미국 투신사 가운데 3위를 차지하고 있다. 미국 캘리포니아 산 마티오에 본사가 있고 전세계 20여개국에 지사를 갖고 있으며 한국내 투자규모도 10억달러에 달한다. (한국경제신문 1997년 4월 15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