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자칼럼] 제네바낭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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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허를 나타내는 patent 라는 말은 라틴어로 "연다"를 의미한다. 결국 특허는 문명으로 가는 열쇠이다. 선진국의 순위는 특허의 순위와도 거의 일치하는 것이다. 이같은 특허는 각종의 발명에서 비롯된다. 에디슨같은 발명가가 있었기에 미국의 부강이 창출되었다고 보아도 무리가 없다. 우리나라도 발명에 있어서는 결코 다른 나라에 뒤지지 않는다. 금속활자 측우기 거북선 등은 우리 민족의 찬란한 발명업적이다. 근래에 제네바 국제발명품 및 신기술전시회나 뉴욕 국제발명품 및 신기술전시회 등에서 대상 특별상 금.은.동상등을 무수히 따낸 것만 보아도 우리의 우수한 발명재능을 알수 있다. 우리의 이처럼 소중한 발명능력을 입증할 또 하나의 낭보가 들어왔다. 지난 11일부터 스위스에서 열린 제25회 제네바 발명 및 신기술 신제품전시회에서 우리는 24명의 발명가가 28점을 출품, 모두 입상하는 기록을 세운 것이다. 금상 9,금은상 5,은상 7,동상 7점에 이어 대구도시가스가 2위 발명가에게 수여되는 특별상을 수상한 것은 민족적 영예가 아닐수 없다. 그런데 문제는 이런 우리의 경사를 대수롭지 않게 생각하는데 있다. 특허나 발명을 봉이 김선달의 얘기쯤으로 치부하는 사회적 행동패턴이 국운을 열어줄수 있는 값진 민족적 특성을 사장시키고 있는 셈이다. 발명은 자연법칙을 이용한 기술적 사상(사상)의 창작이라고 한다. 독창적 아이디어의 초보적 구체화 단계라고 볼수 있다. 제품으로 실용화하는 데는 더 많은 단계를 거쳐야 한다. 에디슨도 "어떤 발명이라도 완전한 것은 없다. 꾸준한 개량이 필요하다. 오늘날 일반화되어 있는 전구도 불완전한 것이다. 열이 없는 빛이 이상이지만 그것에 도달하는 데는 앞길이 아득하다"고 말한바 있다. 말년의 인터뷰에서 자기의 최대 발명품이 무엇이냐는 질문에 "실험실이 나의 최대 발명품이다"라고 답변한 이유가 여기에 있는 것이다. 우리는 선진국만 숭상하여 우리발명이 실용화되지 못하고 있다. 국내 특허가 선진국에 수출되어 재수입되는 경우도 많다. 이래서는 벤처기업도 안된다. 우리 것에 대한 사려가 필요하다. (한국경제신문 1997년 4월 21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