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 Economist지] 독일, '유럽경제 기관차'로 복귀

[ 본사특약 독점전재 ] "순익과 투자급증, 경쟁력제고와 경영혁신..." 독일기업들의 지난해 경영실적을 설명하는 말이다. 독일기업들이 마침내 부활하고 있다는 청신호다. 다임러벤츠는 작년에 28억마르크(18억달러)의 순이익을 냈다. 지난 95년 57억마르크의 적자를 기록한 데서 기사회생한 것이다. 자동차업체 폴크스바겐, 석유화학전자그룹 VEBA, 소프트웨어업체 SAP 등 주요기업들의 지난해 경영실적도 한결같이 높은 신장세를 나타냈다. 독일의 투자은행 도이치모르간그렌필(DMG)은 지난해 30대기업의 순익이 전년대비 37% 증가했다고 밝혔다. 이같은 증가세는 올해와 내년에도 지속돼 주가상승세가 이어질 전망이다. 30개 대기업의 주당배당률은 올해 16%, 내년에는 24%가 될 것으로 DMG는 예상했다. 전문가들은 독일기업의 부활조짐을 마르크화의 평가절하 세계경제의 성장세기업의 구조조정성공 등에서 찾는다. 독일기업들이 유럽경제의 견인차로 복귀하리라는 낙관론이 번지는 것은 당연하다. 우선 환율을 보자.마르크화는 지난해 달러당 1.4달러에서 1.5달러 수준으로상승했다. 올들어서는 1.7달러까지 치솟았다. 지난해 4.4분기 독일의 수출이 전년동기대비 8.9% 증가한 것에도 환율상승효과가 작용했다. 그렇지만 환율효과가 전부는 아니다. 실제로 본격적인 환율상승은 올해부터 나타났다. 또 다임러벤츠의 해외생산규모가 전체의 20%에 달하는 등 상당수 독일기업들이 현지생산체제로 전환한지 오래다. 따라서 마르크화평가절하는 독일경제의 기사회생에 부분적인 요인일 뿐 결정적인 것은 아니다. 영국과 미국의 경기회복으로 독일제품에 대한 수요가 증가한 것이 독일기업의 전력회복에 도움이 된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국내건설부문의 경기가 급랭하는 등 국내경기에는 마이너스요인으로작용했다. 결국 경제전문가들은 독일기업소생의 원동력으로 자체 구조조정을 지목한다. DMG는 기업수익증대요인을 계량적으로 환산하면 구조조정요인이 전체의 4분의 3을 차지한다고 밝혔다. 나머지 4분의 1은 환율상승과 경기회복이 복합적으로 작용했다는 것. 이에 따라 일부 낙관론자들은 독일의 산업이 50년대 이룬 "기적"이후 새로운 혁명기를 맞을 것이라고 전망한다. 이런 낙관론을 몰고 온 주역은 다임러벤츠다. 이 회사는 지난 93년 고용인력을 36만명에서 29만명으로 감축했다. 계열사인 항공기제작업체 포커와 전자부문자회사 AEG를 폐쇄시켰다. 이와 함께 저렴한 비용을 찾아 사무실을 이전하는 등 대대적인 구조재편을 단행했다. 다른 기업들도 이런 식의 사업재편과 함께 국내보다 싼 임금을 찾아 해외로진출했다. 독일기업들의 해외투자규모는 지난 95년 한햇동안 60% 증가, 8백억마르크에 달했다. 해외투자로 비용절감효과를 거둔 VEBA의 경우 매출이 3% 증가하는데 그쳤으나 순익은 25% 늘어났다. 그러나 항공운송사 루프트산자 등 상당수 기업들은 여전히 구조재편에 미온적이다. 앞으로 독일이 유럽경제의 기관차로 재부상하느냐는 이들 나머지 기업의 경영혁신에 달려 있다. (한국경제신문 1997년 4월 25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