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조류] '사설탐정' 신종서비스업 급부상.."기업이 주고객"

미국의 타임과 포천지는 임원을 새로 채용할때 사설탐정에게 의뢰, 전력을샅샅이 뒷조사한다. 리복은 빈발하는 특허도둑들을 적발하기 위해 사설탐정회사와 정기용역계약을 맺었다. 독일의 지멘스는 합병 대상기업을 물색할때 사설탐정을 동원한다. 인수기업의 임원중 배신할 가능성이 있는 자들을 미리 점찍어 놓기위해서다. K마트는 사설탐정들 덕분에 상습적으로 납품업체를 등쳐온 구매담당직원들을일망타진했다. 최근 독일 폴크스바겐과 산업스파이 분쟁을 겪은 GM은 전세계지점과 자회사에 현지에서 가장 유능한 사설탐정들을 물색하라고 긴급지시했다. 내부기밀의 유출을 차단하기위한 사전포석이다. 사설탐정들을 찾는 기업이 줄을 잇자 업무영역이 겹치는 법무법인등에도 비상이 걸렸다. 뉴욕 케이 스콜러법무법인은 사설탐정들과 공동전선을 펴고 있다. 기업내부의 적들을 전문적으로 추적하는 사설탐정업이 신종서비스업으로 급부상중이다. 산업스파이 추적에서 하청업체 감시에 이르기까지 이들의 사업은 갈수록 번창하고 있다. 10년전만해도 사설탐정이라면 흔히 남편(부인)몰래 부정을 저지르는 부인(남편)의 꽁무니를 쫓는 직업쯤으로 여겨졌었다. 이제 글로벌경제시대를 맞아 사설탐정도 기업을 주고객으로 하는 전문서비스맨으로 변신했다. 기업형 사설탐정업은 셜록 홈스 스타일과는 판이하다. 낡은 바바리 코트에 파이프담배를 피우던 낭만적인 탐정들은 자취를 감췄다. 전직스파이 변호사 신문기자들이 이 신종비즈니스의 주역들로 등장하고있다. 미국의 경우 냉전이 끝나면서 쏟아져 나온 CIA명퇴자나 정리해고자들이 이 시장의 떠오르는 별들이다. 이들은 사설탐정이라는 고전적인 명함을 버렸다. 신세대 탐정의 전문성과 이미지를 살리기 위해 "기업조사 컨설턴트"라는 신조어를 만들었다. 장사가 잘되자 전문업체들이 우후죽순처럼 생겨나면서 경쟁도 치열하다. 현재 미국에서만 기업전문사설탐정은 1만6천명을 헤아린다. 오는 2000년이면 시장규모가 연간 40억6천만달러에 이를 것으로 포브스지는예측하고 있다. 일거리가 다양해지면서 서비스수수료도 의뢰받는 사건의 성격에 따라 시간당 50달러에서 많게는 1천달러까지 천차만별이다. 왜 이 비즈니스가 이토록 급성장할까. 살벌한 내부경쟁, 명퇴, 정리해고등으로 기업에 대한 직원들의 소속감과 충성심이 급격하게 떨어지면서 탐정서비스업이 뉴비즈니스로 뜨게 됐다. 한탕할수 있는 기회만 닿으면 언제든 조직을 등질수 있는 직원들이 늘어나게 되자 기업들은 고육책으로 탐정을 동원하게된 것이다. 세계 수십개국에 걸쳐 공장을 돌리는 다국적 무국적 기업의 등장으로 조직과 소속직원들간의 갈등이 갈수록 증폭되고 있다. 이 역시 탐정업을 번창케하는 또다른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기업경쟁의 세계화는 탐정서비스의 국제경쟁으로 이어지고 있다. 연초 세계자동차업계의 이목을 집중시켰던 GM과 폴크스바겐의 산업스파이 사건에는 양측이 미국과 독일의 최정예부대를 총동원했다. 양측의 치열한 정보전은 과거 냉전시대 CIA와 KGB의 대결을 방불케 했다. 사설탐정들 스스로도 기업경영기법을 도입하고 수사장비를 경찰수준으로 개량, 소비자(기업)들의 구미를 맞추는데 성공했다. 기업형 사설탐정의 원조로 불리는 줄리스 크롤은 직원3백명을 거느리고 작년 한햇동안 2천7백건의 기업사건을 처리했다. 심슨재판때 원고측의 의뢰로 심슨의 숨겨놓은 재산을 남김없이 밝혀낸 크롤의 사설탐정 법인은 작년 한햇동안 7천만달러의 순이익을 올렸다. 이들 기업의 규모가 커지고 경쟁상대가 전세계로 확산되면서 사설탐정들의서비스영역은 거의 기업업무 전분야로 확대되고 있다. 사건뿐만 아니라 해외시장조사, 해외두뇌 스카우트까지 대행해 준다. 신종 성장산업이라고해서 누구든 성공하는 것은 아니다. 크롤은 "고객(기업)의 요구에 재빨리 대응하기위해 도청등 불법행위의 유혹에 빠져들지 않고 끝까지 정공법을 펴는 전문인의 자세를 견지하는 것이 사업성패의 열쇠"라고 말한다. (한국경제신문 1997년 4월 28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