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크노피아를 연다] (26) 박완철 <과학기술연구원/박사>

한국과학기술연구원(KIST) 환경연구센터의 박완철(42)박사는 "똥박사"로 불린다. 사람이나 가축의 분뇨 등을 깨끗이 처리하는 장치개발이 주된 연구과제로 젊음을 온통 남들이 꺼리는 오폐물과 함께 해 붙여진 애칭이다. 때론 자신의 승용차로 싣고 온 오폐물을 손으로 만져가며 연구원의 길을 걸어온지 올해로 만 16년째. 이제는 실험실 구석구석에 배인 악취마저 구수하다고 여길 정도로 똥과 친숙해졌다. 시골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2년간 농사를 지어 본 경험에서일까. 머리에 떠오르는 아이디어는 모두 실험에 옮기는등 무모하다 싶을 정도의 우직한 실험정신이 최고의 오폐수처리장치 개발로 활짝 꽃피고 있다. 지난 90년에 개발한 농촌과 도시형 2개 모델의 고효율 정화조는 2만여가구에 보급됐고 93년에는 축산정화조를 내놓아 농촌의 가축분뇨 처리고민을 해결했다. 대만은 물론 철옹성이라는 일본시장에도 수출된 축산정화조는 그때까지 용어조차 없었던 것으로 이제는 보통명사가 될 정도의 히트작. 이에 더해 95년에는 축분퇴비화장치를 선보였다. 농가 뒤켠에 비위생적으로 야적해온 축분을 4~5일만에 발효시켜 퇴비로 쓸 수 있도록 만들어 주는 이 장치는 축산정화조와 함께 농가의 필수장비로자리잡았다. 또 세탁 주방 세면용수등 생활오수의 70%를 차지하는 잡배수까지 분뇨와 함께 정화하는 생활오수처리장치도 개발했다. 최근에는 주방에서 나오는 음식물찌꺼기 등 각종 고형폐기물을 응축처리하고 이 과정에서 나오는 메탄가스를 재활용할 수 있도록 설계한 무방류식(폐수가 밖으로 흘러나오지 않는 방식) 주방폐기물 처리장치도 개발, 대형시설에 보급하는등 연타석 히트 행진으로 이어졌다. 덕분에 가장 많은 기술료수입을 올리는 연구원으로서 우뚝 서게 된 그의 연구결과물에는 "발생원처리"란 철학이 배어 있다. "우리나라 폐수발생량은 하루 2천만t에 달합니다. 이중 68% 가량이 생활오수인데 절반은 정화되지 않은 채 강이나 바다로 흘러듭니다. 현재의 대형하수종말처리장으로는 부족하지요. 부실한 하수관시설로 도중에 새는 것이 많아 환경오염이나 생태계 파괴를 야기하고 있어요" 각종 오염물은 발생장소에서 그때그때 처리해야 하며 그게 환경보호는 물론 돈도 적게드는 방법이라고 믿는 그는 "궂은 일도 마다 않는 동료연구원들이 함께 하기에 세계가 놀랄 새로운 오폐수처리장치개발을 기대해도좋다"고 강조했다. (한국경제신문 1997년 4월 28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