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29일자) 실명제보완 운영의 묘 살려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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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행 금융실명제에 대한 정부와 여당의 대체입법안이 어제 윤곽을 드러냈다. 재경원이 발표한 주요내용을 보면 중소기업 창업투자조합을 통해 간접 출자한 자금에 대해서는 출자부담금을 부과하는 대신 자금출처조사를 면제해주며 40%인 최고율의 분리과세를 선택하는 경우 금융자료의 세무서통보를 면제한다는 것이다. 다음달 중순까지 법안내용을 최종 확정짓고 올상반기중에 임시국회에서 통과시킬 예정인 이번 대체입법안의 기본방향은 이미 지난달 중순에 발표됐다. 즉 지하자금의 양성화를 촉진함으로써 침체에 빠진 경제에 활력을 불어 넣고 금융실명제정착에 따르는 충격과 부작용을 최소화 하겠다는 것이다. 대기업들이 잇따라 쓰러지는 등 경제위기가 심화됨에 따라 어제 발표된 내용 곳곳에 당초의 입법취지를 보다 강력하게 관철시키려 한 흔적이 엿보인다. 예를 들면 40%의 최고세율을 적용하는 분리과세를 선택하는 경우 금융소득 종합과세대상에서 제외하는 것은 물론 금융자료의 세무서 통보자체를 면제한다는 안을 들수 있다. 금융실명제에 대한 거부감의 상당부분이 세율의 높고 낮음에 상관없이 보유재산의 전모가 낱낱이 드러나는 것을 꺼리기 때문이라는 사실에서 볼때 이같은 내용은 상당한 효력을 발휘하리라고 기대된다. 또한 미성년자 명의로 중소기업이나 창업투자조합에 출자하는 경우처럼 증여 또는 탈세혐의가 명백할 때 외에는 일체의 세무조사를 면제한다는 법안내용도 같은 맥락으로 강력한 의지에도 불구하고 기대했던 경제회생효과를 일백% 거둘수 있다고 장담하기는 아직 이르다고 본다. 왜냐하면 법무부에서 제저하기로 한 자금세탁방지법안의 내용이 어떻게 정해지느냐에 따라 그 결과가 상당히 달라질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우리는 이미 차명금융거래를 금지하고 위반자를 처벌하지 않을 경우 지하자금의 양성화를 기대하기 어렵다고 지적한바 있다. 합의차명인 경우 지금까지는 지하자금이 제도금융권을 통해 유통되는데 별다른 어려움이 없기 때문이다. 뒷문이 열려 있는데 누가 굳이 10~20%의 도강세를 내고 의무출자기간인 5년동안 돈을 묶어 두면서 지하자금을 양성화하려고 하겠는가. 더구나 이번 대체입법안은 송금할때 실명확인을 면제받는 기준선인 30만원의 금액한도를 철폐했기 때문에 자금세탁 방지규정이 더욱 절실하다고 본다. 그렇지만 자금세탁 방지규정을 무턱대고 강화하는 것을 잘하는 일이라고만 할수도 없다. 선진국처럼 일선 금융기관의 신고를 의무화하고 전주와 금융기관직원 모두를 처벌하는 쌍벌죄를 적용할 경우 자칫 금융기관의 자금중개기능이 위축되고 법규정이 사문화될 염려가 있기 때문이다. 또한 도강세를 물리는 대신 세무조사를 면제한 양성화조치의 효력도 반감될 수밖에 없을 것이다. 자금세탁 방지규정은 없어서도 안되고 지나치게 강화해도 곤란한 양날의 칼인 셈이다. 따라서 관계당국은 자금세탁 방지법을 제정하되 실명제 대체입법의 취지에 맞게 운영의 묘를 살려야 할 것이다. (한국경제신문 1997년 4월 29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