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의 시] '자문' .. 김형영

여보게 자네도 이젠 나잇살이나 자셨으니 좀 점잖아지게나 머리칼은 희어지고 엉덩이도 처졌구만 그래 이 땅에 살면서 억울한 사람 어디 자네뿐이던가 쥐꼬리만한 일에도 시도 때도 없이 목에 핏대 올리는 일일랑 이제 구만두세 그려 하늘을 보게나 하늘이 언제 목에 핏대 올리며 불평하던가 나뭇가지 흔들며 지나가는 바람처럼은 못 살아도 바람이 흔드는 나뭇가지처럼 가지에서 떨어지는 나뭇잎처럼 그렇게 그렇게 살아가는 나이답게 시집 "새벽달처럼"에서 (한국경제신문 1997년 4월 29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