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설산업 50년] 고품질로 '건설한국' 다시 짓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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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건설산업이 올해로서 "태동50년"을 맞았다. 오늘날 대한건설협회의 전신인 사단법인 조선토건협회가 해방이후 혼란의 와중에서 국내 초창기 건설업자들이 세운 최초의 자주적 법인단체(설립등기 47년5월1일)로 출범, "건설의 진보발달을 위해 공동협력할 것"을 다짐한지 반세기가 지난 것이다. 이즈음은 또 지금 건설업계를 이끌고 있는 현대건설 삼환기업 극동건설등이 "건설한국"의 기치를 내걸고 민족자본에 의한 건설업체로 태어난 시점이기도 하다. 한국 건설산업은 이제 대변혁의 출발점에 서있다. 지난 50년의 고속성장을 디딤돌 삼아 다가오는 21세기에 "세계속의 한국건설산업"으로 도약하기 위한 구조혁신의 잰 걸음에 나서고 있다. 이는 과거 반세기동안 앞만보고 달려온 양적팽창의 틀을 벗고 하루빨리 질적 비약을 이룩하지 않으면 더 이상의 성장을 기약하기 어렵다는 자기반성에 바탕을 두고있다. 건설시장이 완전 개방되면서 이제 기술력이 뒷받침되지 않는 한 선진건설업체들과의 경쟁에서 도태돼 생존마저 위협받게 됐기 때문이다. 세계무역기구(WTO)체제의 출범에 따른 새로운 세계 경제 질서 재편,경제협력개발기구(OECD)가입등 국내외의 급격한 환경변화는 이같은 발걸음을 더욱 재촉하고 있다. 우리 경제가 숨가쁘게 성장해오는 동안 건설산업이 담당한 역할은 지대한 것이었다. 50년대 6.25전쟁으로 황폐화된 국토와 경제를 재건, 빈곤의 악순환을 끊는기반을 마련했으며 60년대 이후 거듭된 경제개발계획 기간중 한국건설은 제조업과 더불어 우리나라 경제 성장및 발전을 이끈 쌍두마차였다. 또 70년대 두차례에 걸친 오일쇼크로 한국 경제가 위기에 빠졌을 때 중동지역을 중심으로한 해외건설이 그 탈출구가 됐다. 80년대 이후에도 건설산업은 여전히 사회간접자본 확충을 통해 국가 경제의 지속적인 성장과 국민 삶의 질 향상을 이끌어 왔다. 이런 팽창의 과정에서 적지않은 부정적 그림자가 드리워졌던 것도 사실이다. 공기단축이 지상목표로 부각되면서 "부실"이 쌓여왔고 기술개발로 경쟁력을 높이기 보다는 "담합"과 "연줄"로 공사를 따내는 그늘진 풍토가 업계에 만연했다. 성수대교 삼풍백화점의 잇단 붕괴 사고는 그런 문제점의 "집합적 표출"이었다. 이로인한 국민들의 건설업에 대한 불신감은 해외건설로 다져놓은 우리나라 건설업의 이미지를 크게 훼손시켰다. 건설업체들의 구조혁신 노력은 본질적으로 이같은 문제인식에서 출발하고 있다. 그동안의 시행착오를 밑거름으로 질적인 도약을 통해 급변하는 건설환경에 능동적으로 대응함으로써 21세기에도 한국경제성장의 주역으로 굳건히 자리매김되기 위한 포석이다. 21세기 재도약을 위한 한국건설업계의 전략은 "완벽시공"과 "건설업의 소프트화" "설계및 엔지니어링 기술능력 제고"를 통한 경쟁력 제고를 기본틀로 삼고 있다. 이를위해 건설업체들은 갈수록 그 중요성이 부각되는 CM(건설산업관리제도)정착으로 "종합건설"능력배양에 주력하고 있다. 또한 토목과 건축분야의 첨단 기술 확보를 겨냥, 미국 일본등 선진국의 유명 건설업체와의 제휴를 통한 제 3국 동반진출을 적극 확대하고 있다. 고품질 완벽시공을 위해서는 시공을 담당하는 협력업체관리방식을 혁신,근본적으로 부실을 차단할 수 있는 체제구축에 주안점을 두고 있다. 그동안 한국건설산업이 경쟁력의 비교 우위를 확보했던 것은 시공능력 하나뿐이었다해도 과언이 아니다. 기획에서부터 설계 자금조달 공정관리 감리등에 이르는 종합 기술력은 뒤떨어진 것이 현실이다. 따라서 국내 건설업계의 변신 노력은 프로젝트 발굴과 기획 관리, 타당성 조사와 분석, 설계및 감리, 엔지니어링등 고부가가치 기술능력 배양을 통해 종합경쟁력을 한 차원 높이기 위한 생존전략이기도 하다. 더욱이 21세기 건설시장의 구조는 지금에 비해 환경 에너지 정보 물류 자동화 신주거및 교통 문화등을 위주로 하는 고품위 건설수요가 크게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이같은 환경에서 우리 건설산업이 갈길은 분명하다. 다가올 21세기의 정보화 세계화 사회에서 살아남기 위해서는 국제 경쟁력을 배양하고 기술집약적인 고부가가치 산업으로 변신해야 한다. 시장의 변화를 정확히 예측하고 새로운 창의를 발휘하는 "혁신건설"만이 시장에서 살아남을 수 있기 때문이다. (한국경제신문 1997년 5월 2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