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주평] '비트' .. 젊은이 아픔 치열한 묘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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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성수 감독의 영화 "비트" (제작 우노필름)는 20대 젊은이들의 아픔과 몸부림, 파멸을 아름답고도 치열하게 묘사한 영화다. 원작은 허영만씨 (대본 박하)의 만화. 주인공 민 (정우성)은 어디에도 열중하지 못하는 아웃사이더로 위기에 처한 친구 환규 (임창정)를 구하려 태수 (유오성)를 통해 암흑가로 들어간다. 부잣집 딸이자 우등생으로 처지가 판이한 로미 (고소영)와 우여곡절 끝에 다시 만나 사랑을 확인하지만 암흑가의 싸움 도중 숨을 거둔다. 일반인의 삶과는 거리가 있어 비현실적으로 느껴지는 얘기지만 영화는 그런 의구심을 느낄 여지도 없도록 1시간40여분간 관객을 몰입시킨다. 가장 큰 힘은 다양한 테크닉 활용. 핸드 헬드 (고정시키지 않고 손에 들고 찍는 법)와 오블리크 앵글(비스듬히 기울인 각도)로 화면을 흔들고 기울여 불안한 내면과 긴박감을 표출했고 스텝프린팅 (장면 장면 끊어지는 느낌을 연출하는 기법)과 광각렌즈 (촛점안의 대상을 극단적으로 확대시켜 원근감을 강조하는 기법) 촬영으로 미학적인 화면을 만들어냈다. 같은 밤 장면이라도 쫓기고 억압된 분위기냐 자유롭고 편안한 느낌이냐에 따라 푸르고 창백한 형광등과 따뜻한 노란색 나트륨 등으로 구분한 색채감각도 돋보인다. 이 영화에서는 또 수많은 테크닉과 현란한 폭력이 모두 젊은이의 방황을 묘사한다는 한가지 목적에 집중돼 있다. "어두운 방황의 나열이 어떤 가치를 갖느냐"는 문제제기는 할 수 있어도 완성도를 비판하기는 어려울 듯하다. 굳이 꼬집는다면 홍콩 영화감독 왕가위 기법의 차용. 스텝프린팅, 핸드 헬드, 광각렌즈는 왕가위의 트레이드 마크. 하지만 줄거리나 구성은 전혀 달라 비난을 면했다. "비트"는 이제 왕가위식 화면이 국내 영화의 보편적기법으로 공인됐음을 전한다. 3일 서울극장 개봉. (한국경제신문 1997년 5월 2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