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2일자) 자본재산업 육성에 더 박차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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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우리 경제현실로 보아 자본재의 국산화 사업만큼 업계와 정부 공동노력이 절실히 필요한 분야도 달리 없을 것이다. 경제선진국 문턱에 다다랐다고 자부하면서도 기계류및 주요 부품의 대부분을 수입에 의존할수 밖에 없어 무역수지 적자와 대일 무역역조의 주요인이 되고 있는 것은 우리경제의 아킬레스건(건)임에 틀림없다. 이러한 상황에서 국내 대기업그룹들이 벌이고 있는 자본재 국산화노력이 가시적 성과를 거두고 있다는 소식은 여간 반가운 일이 아니다. 전경련이 지난달 30일 발표한 자본재 국산화노력의 중간점검 내용을 보면 23개 대기업그룹이 본격적인 자본재국산화 작업을 시작한지 1년이 채 못돼 1천2백54개 품목의 국산화개발을 끝내 연 8억달러 이상의 수입대체효과를 거뒀다는 것이다. 뿐만 아니라 지난해부터 추진돼온 자본재국산화 5개년계획의 국산화품목수를 당초 9천38개에서 1만94개로 확대함으로써 2000년엔 연 1백억달러이상의무역수지 개선효과를 거둘 것이라고 하니 이보다 더 기대되는 일은 없다고 하겠다. 새삼 강조할 필요도 없이 자본재 국산화사업이 순조롭게 추진된다면 무역수지 개선효과는 물론 생산원가절감과 신규 고용창출, 주요 핵심부품의 기술축적, 중소협력업체의 기술력향상 등 여러가지 경제적 효과를 거둘수 있을 것이다. 자본재 국산화사업은 지난 95년5월 정부가 신경제추진회의에서 자본재산업을 핵심전략산업으로 육성키 위한 종합대책을 발표한데 이어 지난해 9월 전경련이 재계차원의 실행계획을 내놓으면서 본격적으로 추진돼 왔다. 비록 시작에불과하지만 이번의 가시적 성과도 이같은 정부의 결단과 재계의 적극적인 참여가 공동으로 이뤄낸 합작품이라고 할수 있다. 자본재 국산화계획은 무엇보다도 막대한 투자및 고도의 기술과 일관된 정책적 지원을 필요로 한다는 점에서 재계나 정부 혼자만의 힘으로 달성될수 있는 성질의 것이 아니다. 자금조달 기술 생산 내수판매 등에 따르는 어려움으로 1백89개 품목의 국산화계획이 지연 또는 취소된 것만 봐도 그 어려움을 짐작할만 하다. 그러나 우리경제의 최대 취약부문인 자본재산업에 획기적 돌파구를 마련하지 않고서도 우리의 경제난 타개노력은 한낱 미봉책에 그칠 뿐이다. 자본재 국산화사업의 효과를 높이기 위해서는 정부의 보다 적극적인 뒷받침이 요청된다. 무엇보다 가장 큰 걸림돌이 되고있는 자금조달의 애로를 덜어주기 위해 상업차관 허용대상을 확대하고 연간 2억달러인 차관한도액도 폐지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또 대기업이 중소기업의 국산화를 지원하기 위해 지출하고 있는 기술인력개발비에 대한 세액공제한도를 확대하고 자본재 생산업체에 대해서는 수도권공장 신-증설규제를 대폭 완화하는 일도 시급하다. 우리 경제의 앞날은 자본재산업에 달려 있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의욕적인 재계의 자본재 국산화계획이 알찬 결실을 맺도록 민-관 차원의 공동노력이 절실히 필요한 때이다. (한국경제신문 1997년 5월 2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