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자칼럼] 위스키 찬바람

외국술의 대명사처럼 되어있는 위스키는 원래 켈트어를 어원으로 하고 있으며 생명의 물을 뜻한다. 생명의 물은 처음엔 연금술의 용어였으며 9세기 코르도바의 한 의사가 포도주에서 증류한 생명의 물은 알코올이었다. 그후 프랑스에선 포도주를 증류한 브랜디를 생명의 물이라고 했다. 초기에 맥아를 원료로 한 알코올은 마시는 것이 아니라 거의가 약용이었다. 서부영화에서 총상을 입은 부위에 위스키를 부어대는 장면을 종종 볼수 있는데 이것은 본래의 치료기능을 이어받은 것이라고 볼수 있다. 지금 위스키 등 알코올을 생명의 물이라고 하면 여간 웃기는 얘기가 아니다. 오히려 생명위협의 물이라고 해야 현실에 더 가까울지 모른다. 러시아는 체제전환후 국민들의 평균수명이 1년이나 낮아졌으며 이것을 무분별한 음주와 연관시키고 있다. 요즘은 태아성 알코올중후군이란 말도 있다. 여성의 직장진출이 늘자 자연히 음주기회도 늘어 출산을 앞둔 임산부에게 지진아출산의 위험을 높인다는 것이다. 머리가 작고 윗입술이 얇은 신체미발달, 지능지수가 평균치에 크게 못미치는 정신미 발달 등의 장애아는 알코올에 포함된 에탄올이 태아에게 독성을 끼친 때문이라는 것이 통설이다. 물론 이것은 위스키뿐 아니라 전체 술에 해당되는 얘기다. 미국서는 88년 레이건대통령이 주류표시법에 서명하여 임신중인 여성은 출산장해위험이 있으니 알코올음료를 마시면 안된다는 등 경고를 표시토록 의무화했다. 실제로 시애틀에선 장애자를 출산한 주부가 당시 마셨던 술때문이라고 주장하며 위스키회사를 상대로 손해배상청구를 한적도 있다. 세계 6대 위스키소비국가로 부상한 한국에서 20년만에 처음으로 올 1.4분기에 출고가 8.4%줄었다고 한다. 해당업계는 울상이겠지만 고도성장으로 지나치게 부풀어졌던 거품이 빠지는 것은 아닌가 반가운 면도 있다. 불황은 역시 일면의 치료효과도 있는가 보다. 어느 조사에서 하루에 한잔정도만 마시면 전혀 술을 마시지 않는 사람보다 수명이 2년 연장된다는 얘기가 있었다. 생명의 물이라는 원래 뜻이 그것인지 모르겠다. (한국경제신문 1997년 5월 12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