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의 출판가] 찰스 핸디 저서 '올림포스경영학' 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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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우스 아폴로 아테네 디오니소스 등 그리이스 신들이 기업체 사장이라면 어떻게 경영할까. 그리이스 신화에 등장하는 인격화된 신의 모습과 특성을 토대로 오늘날의 기업조직과 문화를 살펴본 책이 나왔다. "노련한 지성인"으로 불리는 영국 경제학자 찰스 핸디의 "올림포스 경영학(원제 Gods of Management)"(한국경제신문사 간, 8천원)이 번역 출간된 것. 런던경영대학원 교수로 재직중인 저자는 개성이 뚜렷한 제우스 아폴로 아테네 디오니소스 등 네 신을 등장시켜 오늘날의 기업조직에 나타나는 다양한 경영방식 및 문화양식을 상징화한다. "신들의 신" 제우스는 천둥번개와 금은보화로 올림포스산을 정복했다. 그는 가부장적 전통을 대변하는 신으로 비합리적으로 행동하지만 절대권력을 지닌 카리스마적 존재다. 제우스는 조직을 완전히 장악한 열정적인 기업가로 현대에 재등장, 직관에 의지한 빠른 판단으로 의사를 결정하고 기업을 움직인다. 그가 주관하는 조직의 문화는 "집단문화"로 공식적 관계보다 개인적 접촉에 따라 공감대가 형성된다. 그러나 이러한 조직은 탁월한 지도자인 제우스가 노쇠하거나 능력이 떨어지면 조직 자체가 와홰될 가능성이 크다는게 흠으로 지적됐다. "태양신"으로 질서와 규칙을 중시하는 아폴로는 업무배분표를 기준으로 직원을 배치한다. 개개인의 능력보다는 조직 전체의 조화를 우선시하는 그는 관료적 체계로 조직을 구성한다. 대표밑에 피라미드처럼 경영위원회, 이사회, 부서장 등의 기구를 만들어 안정을 구가한다. 이러한 조직의 문화는 "역할문화"로 표현되며 현재 대부분의 주식회사들이 아폴로적 기업문화로 분류된다. 아테네는 "전사의 여신"으로 문제 해결자들을 보호하며 예술가와 개척자들을 수호한다. 아테네식 기업에선 전문가만이 권력과 영향력의 근거로서 인정받고 나이,근무연수, 소유주와의 관계여부 등은 아무 의미가 없다. 자신이 소속된 그룹에 기여하기 위해 필요한 것은 재능과 창조성, 신선한 발상이다. "임무문화"가 특징인 이 조직은 경영비용이 비싸고 장기경영에는 바람직하지 않다는게 저자의 평. "술과 노래의 신"인 디오니소스는 실존을 존중하는 유일한 신이다. 디오니소스적 조직은 앞의 세 조직과는 달리 개인이 조직에 우선한다. 이 조직은 보스를 인정하지 않고 서로를 존중하는 "실존문화"를 보유한게 특징. 예술가와 의사.변호사 등 전문직종 종사자들이 주로 이 조직을 택하고 있다. 저자는 현대기업의 조직을 이렇게 4가지로 구분했지만 한 기업이 하나의 특징만을 보유한 것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또 어느 한 조직문화가 절대적으로 우수하다는 주장을 펴지도 않는다. 나름대로의 장단점을 인정하고 자신의 기업에 맞는 문화를 선택하라고 경영자들에게 조언한다. "고대 그리이스인들이 다양한 신의 존재를 만들어내고 채택했던 것과 마찬가지로 "경영에는 오로지 한가지 최선책이 있을 뿐"이라는 망상을 버리고 각 조직에 적합한 다양한 문화를 창조해 나가라" (한국경제신문 1997년 5월 16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