운동권 스타들, 사회변혁 정열 '정보화 혁명에 쏟는다'

"사회변혁에 바쳤던 열정을 이제 정보화 혁명에 쏟는다" 70~80년대 권위주의 독재체제에 맞서 누구보다 뜨거운 젊은 날을 보냈던 운동권 세대들의 상당수가 잇달아 정보통신분야에 진출, 정보화 혁명을 앞서이끌고 있다. 때로는 높은 기술력으로, 때로는 신용과 믿음 하나로 정보화 혁명의 거친 소용돌이를 헤쳐가는 이들에게 21세기 정보사회의 신천지는 또다른 의미의변혁이자 새롭게 꿈꾸는 희망이다. 이건범(32) 아리수미디어 대표. 현재 CD롬타이틀 제작및 유통업체인 아리수미디어를 이끌고 있는 그는 서울대 사회학과 83학번. 대학시절 줄곳 경찰의 추적을 받던 운동권 학생이었고 90년 국가보안법 위반으로 투옥되기도 했다. 그런 그가 컴퓨터업계와 인연을 맺게 된 것은 93년 10월 작은 CD롬업체에 들어가면서부터. "CD롬을 통해 구현되는 멀티미디어의 세계를 보고 한눈에 반해 버렸습니다. 그후 CD롬타이틀은 그 특성상 전문기술보다는 기획력과 내용으로 승부할수있다는 생각에서 독립하게 됐지요" 94년 8월 아내가 근근히 모아 구입한 아파트를 팔아 마련한 5천만원으로 아리수미디어를 차린 이대표는 성실성과신뢰를 바탕으로 착실히 사업을 진행시켜 창업2년만에 완전히 자리를 잡았다. 허인회(34) 한겨레전자유통 대표. 고려대 총학생회장을 지낸 그는 85년 온국민의 이목을 집중시켰던 미국문화원 점거사건의 배후로 잘 알려져 있다. 운동권 출신의 대명사로 불리던 그가 92년 컴퓨터사무기기 이동통신기기 등 전자제품 복합양판점 "한국전자유통"을 설립하면서 내건 모토는 "생활속의 PC문화 정착". 정보혁명은 정보고속도로와 같은 첨단서비스가 아니라 누구나 손쉽게 PC를다룰수 있는 생활문화에서 시작된다는 그의 인식은 컴퓨터 유통업계에 새로운바람을 불러오기에 충분했다. 연세대 총학생회장 출신으로 88년 판문점 남북학생회담을 추진했던 정명수(31)씨는 90년 세종네트워크를 설립하며 정보통신분야에 뛰어든 케이스. 천문기상학을 전공한 그는 네트워크 기술에 미래를 걸고 데이터베이스 개발,네트워크컨설팅, LAN(근거리통신망) 구축 등의 사업에 전력을 다하고 있다. 이외에도 전대협의장 출신인 우상호씨와 임종석씨는 "청년정보문화센터"를설립, 국내외 시사정보를 회원들에게 제공하고 있으며 고려대출신의 이정근(34)씨는 컴퓨터종합유통회사인 "한겨레정보통신"을 이끌고 있다. 정보통신 각 분야에 몸담고 있는 운동권 출신 인사들을 모두 거명하기란 사실상 불가능하다. 직접 회사를 경영하진 않지만 많은 이들이 프로그래머로, 기획자로, 또 영업사원으로 각자의 영역에서 최선을 다해 정보혁명을 일궈가고 있는 까닭이다. "정보혁명의 기수로 얘기하기에는 부족한 점이 많습니다. 아직까지 학생운동출신에 대한 사회의 부정적인 시각도 남아있구요. 따라서 지금은 모두가 정상을 향해 묵묵히 나아갈 때라는 생각을 자주합니다" 세계 최고의 소프트웨어회사를 꿈꾸며 오늘도 열심히 뛰고 있다는 한 소프트웨어 개발업체 대표의 말이다. (한국경제신문 1997년 5월 16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