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요 에세이] 경제의 봄은 언제... .. 신명호 <주택은행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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며칠전 휴일을 맞아 광릉수목원을 다녀 왔다. 곧게 뻗은 나무 숲 사이로 5월의 신록이 푸른 빛을 더하였고 특히 온갖 종류의 꽃들이 활짝 피어 사방 봄의 정취를 흠뻑 느낄수 있었다. 그런데 눈을 우리의 경제현실로 한번 돌려보면 계절의 정취와는 전혀 다른느낌을 받게 된다. 연일 매스컴을 통해 보도되는 북한기아 실태는 물론 정치 경제적으로 큰 파장을 안겨준 한보사태, 그리고 불황의 늪에서 쉽게 빠져 나오지 못하고있는 우리 경제여건들. 그야말로 모든 것들이 꽁꽁 얼어붙은 겨울의 골짜기를 지나고 있는 듯한 느낌을 준다. 이러한 엄동설한과 같은 때에 많은 사람들은 언제 모든 일들이 순조롭게 풀려 나가는 봄이 오려나 걱정만 하고 있다. 그러나 나는 개인적으로 크게 걱정을 하지 않는다. 원래 낙천주의적 성격 때문이기도 하지만 인간사회는 일정한 사이클이 있고 겨울이 있으면 봄도 반드시 온다고 믿는다. 물론 지금의 상황을 어떻게 슬기롭게 극복할 것인가 하는 것이 관건이다. 정치.사회는 모르지만 경제에 관한 한 지금 가장 큰 문제는 한보사태 등으로 인한 경제와 금융계의 충격이라고 본다. 큰 기업이 휘청거리니까 해당 기업 뿐만 아니라 건실한 중소기업까지 흔들리고 있는 실정이다. 혹시 자신에게 피해가 돌아가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갖기 때문인지 대출을취급하는 은행 직원들의 경우에도 현실을 비관적으로 보거나 그러기 때문에업무처리에 소극적으로 임할 때가 있는 것을 보게 된다. 비관적으로 보면 부도위험이 없는 기업은 없다고 본다. 특히 주택은행이 취급하는 주택건설업체의 경우 재작년과 작년에 미분양이속출하고 그에 따라 부도기업이 증가하고 있으며 앞으로도 건설경기가 살아나지 않으면 부도가능성이 있는 업체는 늘어만 갈 것이다. 그런데 경영주가 건실하고 주택건설업에 치중하는 업체에 있어서는 일시적인 자금난만 지원되면 회생가능성이 많은 것도 사실이다. 부도를 방치하게 되면 제3자가 인수한다고 해도 기업뿐만 아니라 은행이나국가경제에 까지 손해를 가져다 준다. 가능하면 은행은 비올 때 우산을 거두어 들이지 않는 긍정적인 자세가 필요하다고 본다. 일부 외국은행에서는 우리나라의 일부 은행들이 한보사태 등으로 큰 곤란을겪고 있는 것으로 보고 대외지급능력에 부정적인 평가를 하기도 한다. 그러나 부도가 난다고 하여도 전체 대출금에서 차지하는 대손액은 많지 않으며 유보자본금이 충분하여 큰 어려움은 없다고 본다. 기업체에 있어 금융은 곧 젖줄의 역할을 하기 때문에 가능한한 건실한 기업에는 피해가 되지 않도록 하는 것이 국가경제 발전에도 도움이 될것이다. 다행히 4월중 수출이 회복세를 보이는 등 최근 우리경제가 되살아나는 기미를 보인다고 하니 반가운 소식이 아닐 수 없다. 지금 우리경제의 상태는 저점(Bottom)이라 할 수 있기 때문에 다시 상승세로 돌아서는 것은 시간문제라고 본다. 물론 아직 해결해야 할 난관도 많다. 흔히 우리경제의 고질적인 문제로 지적되는 고비용 저효율의 구조를 어떻게 슬기롭게 극복해 나갈 것인가 하는 것이다. 쉽게 낙관하는 것도 안되지만 그렇다고 지나치게 비관하거나 자조할 필요는 없다고 본다. 75년, 79년의 두차례 석유파동때나 85년 외환위기와 같은 위기를 성공적으로 극복한 전례가 있지 않은가. 우리 경제는 아직 젊고 훈련된 생산인력을 어느 선진국보다 많이 보유하고있어 기회만 오면 다시 저력을 회복할 수 있는 경제의 역동성을 가지고 있다고 생각한다. 세상의 일들은 일정한 사이클 처럼 내려갈 때가 있으면 또 다시 올라갈 때도 있다. 기업을 비롯한 경제주체는 물론 정부의 경제정책 담당자도 다시 우리경제가 활짝 피어날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를 갖고 긍정적인 자세로 임해야 할것이다. (한국경제신문 1997년 5월 17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