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자칼럼] 에너지 역전

경기침체는 각종의 역전을 몰고 온다. 그중에는 좋은 것도 있고 나쁜 것도 있다. 우리의 고질병인 과소비의 진정은 반가운 것일수 있다. 위스키 소비가 오랜만에 감소했다는 소식이 있었는가 하면 15년만에 에너지소비도 줄어들었다고 한다. 지난 2월에 0.5%감소에 이어 3월에도 0.1%가 줄었다는 것이다. 물론 경기침체로 공장가동률이 떨어져 에너지소비가 줄었다면 하등 좋아할 이유가 없다. 다만 이런 속에서도 다소나마 절약정신이 발현된 요소가 있다면 아주 다행이 아닐수 없다. 승용차보유자들이 출퇴근으로 이용하는 사례가 95년에는 47.9%이던 것이 올해들어서는 36.5%로 떨어진 것도 그런 현상이라고 풀이하고 싶은 것이다. 그것은 교통체증과 기름값상승 때문이라고 핀잔맞을 말인지 모르지만.... 인류가 쓸수 있는 에너지는 석유 40년, 천연가스 60년, 우라늄 60년이라는 설이 있다. 하지만 플루토늄은 우라늄의 60배이상 쓸수 있어 수천년동안 끄떡없다는 얘기도 있다. 또한 석유값이 현재보다 5배로 오르면 바닷물에서 우라늄을 추출하는 것도 채산이 맞아 에너지고갈은 있을수 없다는 낙관론도 있다. 그렇다고 해도 에너지효율화는 여전히 국제경쟁력의 주요 요소이다. 이보다 더 심각한 것은 환경제약설이다. 에너지순환과 생태계가 균형을 유지하고 있는 것이 정상상태인데 이 한계를 넘어 에너지를 쓰면 문제가 심각해지는 것이다. 세계가 현재처럼 에너지소비행태를 계속하면 2020~2030년에는 지구전체의 정상상태가 파탄을 맞게 된다는 경고이다. 온난화방지를 위해 이산화탄소의 배출량을 1990년수준으로 억제하자는 국제적 합의도 지켜지지 않고 있는 것을 보면 큰 일이 아닐수 없다. 현재 석유매장량의 3분의 2가 중동에 집중되어 있고 아시아지역에선석유소비가 폭발하고 있는 등 수급 양면의 지역적 편중이 큰 파란을 예고하고 있다. 93년에 석유수입국으로 전환된 중국이 2020년에는 일본보다도 더 많은 석유를 수입해야할 형편이라니 문제가 아닐수 없다. 모처럼 에너지소비가 감소한 이 기회에 우리가 해야할 일이 무엇인가 시사하는 바가 크다. (한국경제신문 1997년 5월 19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