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술품 컬렉션 가이드] '기업부설 박물관' .. 홍보 효과

구미에서는 이미 80년대부터 많은 기업들이 미술과 밀접한 관계를 맺고 직접 컬렉션을 하거나 전시 등 각종 미술행사를 후원해주고 있다. 미술을 통해 자사의 기업이미지를 고양시키는 한편 지역사회 주민들에게 문화체험의 기회를 주어 삶의 질을 풍요롭게 해주려는 기업들의 배려다. 우리나라도 90년대들어 미술품 컬렉션에 관심을 갖는 기업들이 크게 늘고 있다. 최근에는 미술관 설립을 준비중인 기업들도 점차 늘어나는 추세다. 또 기업들이 사옥 신축시 미술품을 이용, 새로운 문화환경을 조성함으로써 감성능력을 자극해 창의성과 생산성을 극대화하려는 움직임도 확산되고 있다. 오래전부터 관심을 갖고 미술품을 컬렉션해온 기업으로는 삼성(호암미술관) 대우 (선재미술관) 선경 (워커힐미술관) 금호 (금호미술관)등이 꼽힌다. 근래에는 쌍용 (성곡미술관) 동아 (동아갤러리) 등이 가세했고 한솔도 곧 종이박물관을 개관한다는 소식이다. 이들 기업의 켈렉션은 대부분 회화와 조각 등이 주류를 이루지만 간혹 모기업의 제품과 연관된 켈렉션에 중점을 두는 경우도 있다. 오는 10월 개관 예정인 한솔의 "종이박물관"이 모기업과 관련된 컬렉션을 하는 대표적인 케이스. 전통 한지의 고장인 전북 전주에 세워질 이 박물관은 이미 종이와 관련된 다양한 유물들을 컬렉션해 놓고 있다. 또 중세 성경 제작에 쓰였던 종이 등 동서양의 문명발달과 밀접한 관련이있었던 희귀자료와 닥종이 작가로 유명한 김영희씨의 작품을 모아 전시하는기획전도 준비하고 있다. 종이박물관은 세계적으로도 보기드물어 한솔로서는 홍보효과도 만만치않게 거둘수 있으며 아울러 제지공장에 근무하는 자사 직원들에게는 훌륭한 교육의 장이 될수있어 일석이조다. 독일의 비트라 인터내셔널에서 운영하는 비트라 디자인박물관은 단지 상업적인 상품을 만들어 내는 차원을 넘어 종합디자인센터로서의 이미지를 강하게 심어주고 있다. 지난 50년 설립된 비트라 인터내셔널은 유럽의 클래식 및 근대가구는 물론 혁신적인 디자인의 현대가구로 유명한 기업. 비트라 디자인박물관은 스위스 국경 부근의 작은 마을인 베일 암 라인에위치해 있으며 스위스 바젤에서 자동차로 15분 거리다. 이 박물관은 미국의 대표적인 건축가 프랭크 게리가 설계, 건축부문 퓰리처상을 수상했고 지난 89년 문을 열었다. 비트라 디자인박물관은 개관이래 기획전에 중점을 두어왔다. 특히 가구디자인의 역사와 산업기술 발달과정을 전시를 통해 보여주는 기획전들은 일반인들에게 과거 1백40년 가구디자인역사 및 기술적 노하우를한눈에 보여주는 기회가 될뿐만 아니라 공장직원들에게는 창작욕구에 대한 강한 동기를 부여해주는 효과를 얻고 있다. 세계 각국의 미술관계자들과 애호가들은 프랭크 게리가 설계한 아름다운 건축물을 보기 위해 이곳을 찾아오기도 하지만 대부분은 비트라 인터내셔널의 아름다운 가구디자인과 제품을 직접보기 위해 내방하는 사람들이다. 이 박물관 주변에 놓인 기념비적인 조형물 83년작 클레이즈 올덴버그의 대형조각작품도 방문객들의 눈길을 끈다. 기업의 예술에대한 관심은 이처럼 고객내지는 일반인들의 삶의 질 향상에 크게 기여하는 동시에 내부적으로는 작업능률을 높여 창의력과 생동감 넘치는 기업문화를 일궈낼수 있는 효과를 얻을수 있다. (한국경제신문 1997년 5월 20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