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술 시민포럼] '한국경제 회생의 길'..주제발표 : 이영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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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침체의 장기화와 경상수지 적자급증 등으로 우리경제의 위기감이 팽배해진 가운데 한보사태의 파장이 확산되면서 정부에 대한 불신-불만감이만연돼 있다. 여전히 정경유착과 부정부패의 악습이 우리경제를 병들게 하고 있는데다 기업은 물론 근로자들도 의욕을 잃고 있기도 하다. 아시아사회과학연구원(원장 이장희. 외국어대 교수)은 최근 서울 프레스센터에서 "한국경제 회생의 길"을 주제로 학술 시민포럼을 개최해 경제난국으로 자신감을 상실한 우리 국민과 정책입안자들에게 경제의지를 회생시켜줄 방안을 모색하는 자리를 마련했다. 이날 발표자로 나선 김태동 성균관대 교수는 기업인과 근로자의 의욕을 고취시키기 위해서는 우선 "불필요한 규제를 과감히 철폐하고 불로소득 기회를 철저히 봉쇄하는 정책을 마련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발표내용을 요약한다. ======================================================================= [ 실물경제적 방안 ] 이영수 요즘과 같이 어려운 여건에서 경제회생을 위한 실물경제적 방안은 무엇인가. 한마디로 속시원한 단기적인 처방은 있을 수 없다는 것이다. 그렇다고 아주 희망이 없는 것은 아니다. 다만 국민들이 바라고 정치권과 정부 관료들이 허풍을 떨듯 하루아침에 해결될 수 있는 방안은 없지만 꾸준한 인내력과 노력을 기울이면 방법은 있다. 경제정책은 어디까지나 치밀한 계획과 꾸준한 인내, 노력 가운데 지속적인 실행을 통해서만 그 효과를 얻을 수 있는 것이다. 정치인들의 선거공약처럼 거짓말로 이루어지는 것은 결코 아님을 우리는 알아야 한다. 경제회생의 실물적 방안으로는 우선 부정부패의 원인인 검은 돈을 근절해야 한다. 모든 수입과 지출을 수표로 하는 제도 도입을 검토할 필요가 있다. 입법 사법 행정부기관은 물론 모든 기업이 실시해야 하고 특히 정치권에 이 제도가 시행돼야 한다. 더욱 국회의원은 절대 예외가 되어서는 안된다. 아무리 훌륭한 인재도 정책도 그 기초에 청교도적인 정직과 양심, 도덕이 없이는 소용없기 때문이다. 두번째로 공무원의 처우개선이 이뤄져야 한다. 불행하게도 우리나라는 기업을 하는데 직간접으로 정부기관의 간섭과 허가를 받게 돼 있다. 담당 공무원들이 제대로 일을 하지 않거나 뇌물에만 정신이 팔려서는 아무것도 되는 것이 없게 돼 있다. 공무원 교육자 경찰관 등 모든 공무원의 처우를 삼성 현대 등 대그룹의 보수보다 10%이상 높은 수준으로 개선해야 한다. 이들이 안정된 생활조건과 긍지를 가지고 국가와 민족을 위해 일할 수 있게 해야 한다. 세번째는 전문가의 사회적 대우이다. 오늘날 세계는 전문가만이 살아남는 경쟁사회이다. 선진국이 끝없는 발전을 계속하는 것은 대부분의 국민이 한 우물을 파듯 한 분야에 일생을 바치는 전문가 근성이 있기 때문이다. 누구도 서로의 직업을 멸시하지 않는다. 따라서 모든 직종에서 전문가의 경지에 도달한 사람은 자격과 존대를 하는 제도가 필요하다. 지금 이런 제도가 미봉적이나마 실시되고 있지만 이것만으로는 부족하다. 적극적인 제도와 운용이 절실하다. 네번째는 경제적 영토의 확장이다. 지금은 세계가 한나라가 되어가는 시대이다. 유럽에서는 이미 국경이 없어지고 있고 경제활동측면에서는 WTO(세계 무역기구) OECD(경제협력개발기구) NAFTA(북미자유무역협정) 등 자유무역협정 등으로 경제적 국경이 없어지고 있다. 경영의 글로벌시대가 열려 많은 선진기업들은 다국적 기업으로 국경을 무너뜨리고 있다. 세계 어디든 내 사업체가 있고 거기서 소득이 나오면 바로 그곳이 나의 영토라는 경제적 영토개념이 절실한 때이다. 정치권이나 정부가 관심을 가지고 우리기업의 활동에 제약이 없도록 하는 외교적 노력을 강화해야 할 시점이다. 다섯째 방안은 금융실명제의 개악을 방지하는 일이다. 지금 새로 들어선 새 경제총수는 취임 일성으로 금융실명제 완화를 들고 나왔다. 만약 실명제가 완화돼 지하자금 30조원과 차명 및 가명예금 3조원에 면죄부를 준다면 법은 지킬수록 손해라는 원망과 함께 준법기강이 문란해질 것이다. 또 부정직하게 도둑질해 숨겨둔 돈을 중소기업 투자로 유도하려는 정책도 지나치게 낙관적인 논리이다. 돈이 있다고 모두 사업을 시작할 수 있는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결론적으로 우리기업이 바라는 경제회생을 위한 방안은 작고 깨끗한 정부이다. 거창하게 거시니 미시니 하는 경제용어의 나열이 아니라 기업의 활동을 방해하지 않는 정직한 정치권과 정부만큼 우리경제의 회생에 효력있는 방안은 있을 수 없다. 기업은 스스로의 힘으로 살아남는 지혜를 가지는 것이다. 가난은 나라도 구제할 수 없거늘 기업 각자의 경쟁력을 어떻게 국가가 해결할 수 있겠는가. 국가는 기업이 법을 어길 때만, 공정경쟁을 하지 않을 때만 간섭을 할 뿐 기업활동에 어떤 제약도 가해서는 안된다. 이것이 우리가 바라는 경제회생을 위한 실물적 경제방안의 근본이다. (한국경제신문 1997년 5월 20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