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돌보다 정치적 해결로 "우회"..'경선규정' 통과 배경/의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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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통령후보 선출관련 당헌당규개정안에 대한 반 이회창진영의 반발로 진통이 예상됐던 21일의 신한국당 당무회의가 의외로 순조롭게 마무리됐다. 이날 당무회의에서는 박찬종고문측 서훈의원만이 이의를 제기했을뿐 사실상 만장일치로 당헌당규개정안을 통과시켰다. 개정안이 무사통과된 데는 당무위원 대부분이 개정안부터 일단 처리하고 전당대회 개최시기와 이대표의 경선전 대표직 사퇴문제 등 두 현안은 시간을 두고 정치적 절충을 통해 접점을 찾자는 "분리처리"입장에 인식을 같이 했기 때문인 것으로 풀이된다. 당헌당규개정안을 둘러싼 이대표와 반이대표측 "1라운드" 힘겨루기는 이대표의 승리로 끝난 셈이다. 이로써 이대표의 대세론 굳히기 행보에 가속이 붙게된 반면 반이대표측은 이대표 기세꺾기와 세불리기라는 두마리 토끼를 잡는데 더욱 힘든 걸음을 하게 될 것으로 보인다. 이날 당무회의는 전대연기와 이대표 사퇴 등 현안을 개정안과 연계, 일괄타결하자며 반이대표측이 당무회의 개정안처리 저지를 공언한 상태여서 팽팽한 대결 구도속에 진행될 것으로 점쳐졌다. 그러나 당지도부가 전날부터 대거 나서 당헌당규개정안에 대한 당무위원들의 협조를 당부한 탓인지 회의는 예상밖으로 "속전속결"로 끝나버렸다. 특히 민주계 핵심인 서석재 강삼재의원과 "반이"진영에 가세했던 최병렬의원이 회의에 불참, "중립"을 지키겠다는 뜻을 간접 피력한 것이 개정안 무사통과에 일조했다. 이와관련, 범민주계 모임인 정치발전협의회는 전날 서석재 서청원 김운환의원이 참석한 3자 회동에서 이대표 사퇴 등 현안에 대한 입장표명을 유보키로 의견을 모았다. 당무회의가 시작되자마자 서의원은 "예상대로" 개정안처리를 유보해줄 것을 공식 제기했다. 서의원은 "경선이 전국민과 전당원의 축제로 이어져야 하는데 고문단회의 한번없이 일방적으로 처리해서는 안된다"며 "이번 뿐만 아니라 5년뒤를 위해서도 대표사퇴문제는 당헌당규에 명시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세기 당헌당규개정위원장은 이에대해 "전당대회 시기문제는 당헌당규에 명시할 사항이 아니며 경선전 대표직 사퇴문제도 총재의 고유권한"이라고 못박고 두 현안과 개정안을 분리.처리해줄 것을 요청했다. 이에 이환의 당무위원 전석홍의원 등이 차례로 나서 동조했다. 이위원과 전의원은 "하루속히 대선국면으로 전환하는 것이 필요하며 "현장"의 목소리도 조기 전당대회를 원하고 있다"고 말했다. 서청원의원은 "전대시기나 대표직 사퇴문제는 대선예비주자 5~6명이 이의를 제기하고 있는 만큼 논의에 인색할 필요는 없다"고 추후 정치적 절충론을 폈고 황명수 당무위원은 "김영삼 대통령도 지난 대선당시 대표직을 그대로 가진채 임한 만큼 대표직 사퇴를 놓고 따지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지적했다. 이처럼 대세가 개정안 처리쪽으로 기울자 이대표는 곧바로 유일하게 반대론을 편 서의원의 의견에 찬성하는 분이 없느냐고 물은뒤 한사람도 이의가 없자 곧바로 의사봉을 두드려 개정안 통과를 선포했다. 개정안이 이날 무사통과 되긴 했으나 이대표측과 반이대표진영간 갈등은 여전히 계속될 것이라는게 정치권의 대체적 시각이다. 전대시기와 경선전 대표사퇴 문제를 둘러싼 두 진영간 "샅바싸움"은 사실상 이제부터라는 관측이 나오고 있는 것은 이같은 맥락에서 비롯된 것으로 봐야 한다. (한국경제신문 1997년 5월 22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