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Y-파일] 워커힐카지노 딜러 문인숙씨 .. '카지노의 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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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지막 남은 한장의 카드. 일순간 긴장이 흐르고 플레이어들의 시선이 딜러의 손 끝으로 모인다. 곧이어 테이블엔 환호와 아쉬움이 교차하고 딜러가 매끄러운 손놀림으로 승자에게 미소와 함께 칩을 건넨다. "윈(이기셨습니다)!" 워커힐카지노의 문인숙(27)씨. "카지노의 꽃"이라 불리는 딜러다. 올해 7년차의 베테랑. 지난 90년 말. 신문을 넘기던 그는 우연히 사원모집 광고를 발견한다. "카지노딜러 모집". 고등학교 졸업후 당시 면세점에서 일하고 있던 그는 광고를 보고 호기심이 발동했다. 면세점에서의 일에 별로 흥미를 느끼지 못하던 그였다. 마침 일본어학원도 꾸준히 다니고 있던 터라 1차시험인 외국어시험도 나름대로 자신이 있었다. 그리고 이듬해 2월. 동료 30여명과 함께 워커힐카지노를 운영하는 파라다이스 투자개발의 29기 신입사원으로 입사했다. 7주간의 딜러 기본교육이 이어졌다. "화려한 카지노장에 서기가 생각만큼 쉽지 않더군요" 카드와 칩을 다루는 법과 같은 기본적인 것부터 각종 게임규칙 매너 등을 배운 7주동안 그는 화장실에서 눈물도 여러번 흘려야 했다. "게임중에는 어떠한 실수도 용납되지 않기 때문에 교육이 상당히 엄격하거든요" 병아리 딜러 시절엔 그도 예외없이 실수로부터 자유로울 수 없었다. 승자와 패자를 혼동하기도 하고 칩 계산을 틀리게 해 시말서를 쓰기도 했다. 하지만 이젠 손님들의 표정을 살펴가며 게임을 매끄럽게 이끌어 나가는 여유가 생겼다. 룰렛 블랙잭을 거쳐 지금 그가 맡고 있는 게임은 "카지노게임의 황제"인 바카라. 승패의 확률이 각각 50%씩인 바카라는 이른바 "액션"이 크기 때문에 베테랑 딜러들이 담당한다고. 그는 카지노딜러를 "깔끔한 직업"이라고 표현한다. 근무시간동안 손님들과 재미있게 게임을 "즐기고"나서 손털고 카지노장을 나오면 끝이라는 얘기. 또 세련된 매너가 몸에 배게 된다고 자랑한다. 내성적이던 성격도 활달하고 사교적으로 바뀌었다. 딜러가 된 후 자신이 완전히 변했다는 느낌이 들 정도라고. 카지노장은 불이 꺼지지 않는다. 24시간 영업이 계속된다. 딜러들은 8시간씩 3교대로 테이블에 서게 된다. 서서 일해야 하는 딜러의 특성상 30분 일하고 30분 휴식시간을 갖는다. 화려해 보이는 딜러지만 어려움도 많다. 특히 카지노를 부정적으로 바라보는 일반인들의 시각이 그를 힘들게 한다. "카지노딜러로 일했다는 걸 숨기고 결혼한 동료들도 더러 있어요. 속상한 일이죠" 하지만 그는 카지노딜러로서 대단한 자부심을 갖고 있다. 카지노가 외화획득에 지대한 공을 세우고 있기 때문이다. 통계에 따르면 카지노에 외국인 12명을 유치할 경우 승용차 1대를 수출한 것과 동일한 효과를 가져온다고 한다. 소득 고용 창출효과도 매우 높고 외화가득률 또한 90%이상으로 카지노는 이미 주요 산업으로 자리잡았다. "카지노를 "도박"이 아니라 당당한 관광산업으로 인식해 줬으면 해요" 현재 워커힐카지노에는 모두 3백50여명의 딜러가 있다. 그중 여자는 약 2백명. 지금은 40기 신입사원 50명이 6년전 그처럼 기초교육을 받고 있다. 진지한 표정으로 교육에 몰두한 후배들을 바라보며 그는 "이제 카지노의 본고장 라스베이거스로 진출하라"는 격려의 말을 보낸다. (한국경제신문 1997년 5월 27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