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대통령 담화] 담화요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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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정치권에서 지난 92년 대통령 선거자금 문제가 거론되고 있습니다. 가뜩이나 나라가 어려운 시점에서 이 문제로 인한 논란으로 국민의 힘을 소진하는 상황이 전개되고 있는 것은 매우 불행한 일입니다. 이에는 무엇보다 저를 포함하여 우리 정치권 모두가 잘못된 과거에 대해 국민앞에 고개숙여 반성하고 참회하는 일이 앞서야 할 것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러한 상황을 정쟁의 기회로 이용하려 한다면, 이는 정치의 본분이 아닐 것입니다. 지금까지 우리정치풍토에서 선거마다 상당한 자금이 들었던 것은 국민 모두가 잘 알고 계십니다. 지난 92년 대선자금의 경우에도 우리나라의 정당운영과 선거운동의 관행에 비추어 정당을 가리지 않고 막대한 자금이 필요했던 것이 사실입니다. 그러나 선거 당시의 숨가쁜 상황에서 사용한 모든 자금의 총규모나 내역을 5년가까이 지난 지금에 와서 가려낸다는 것이 불가능한 일임은 얼마든지 미루어 짐작하실 수 있을 것입니다. 언제부터 언제까지 지출한 자금을 선거비용으로 볼 것인지, 또 대선자금과 일상적인 정당 운영비나 활동비를 어느 선에서 구분할 것인지도 확실치 않습니다. 사조직의 경우에도 자발적으로 갹출하여 개별적으로 사용한 선거관련 자금의 내역을 집계한다는 것이 거의 불능합니다. 이러한 사정은 대선을 치렀던 양당의 경우에도 마찬가지일 것입니다. 솔직히 말씀드려서 대선후보조차도 선거자금 규모를 정확히 알 수 없었던 것이 우리나라의 선거제도였고 정치관행이었습니다. 이러한 선거풍토는 분명히 잘못된 것이었습니다. 국민 여러분, 저 자신 모든 것을 뛰어 넘어 여러분께 간곡한 말씀을 드립니다. 가려낼 수만 있다면 모든 것을 빠짐없이 가려내어 기탄없이 밝히고 싶은 것이 저의 솔직한 심정입니다. 아들까지 사법처리한 마당에 제가 무엇을 감추겠습니까. 언제라도 책임질 일이 있으면 결코 회피하지 않을 것입니다. 우리국민이나 정치인이나 모두 과거의 잘못된 제도와 관행의 희생자라고 할 수 있습니다. 지금 우리 모두의 과제는 다시는 선거자금이 문제되지 않는 정치를 구현하는 것입니다. 저는 지난 대선을 치르면서 이러한 선거자금의 모금이나 지출관행을 반드시 바로잡아야 한다고 굳게 결심했슴니다. 제가 대통령에 취임한 이후 그 어떤 명목의 돈도 받기를 거부해온 것은 이런 결심에 따른 것이었습니다. 저는 정치권에 간곡히 호소합니다. 국가가 당면한 어려움을 진정으로 걱정한다면 그리고 과거의 잘못된 정치풍토를 진실로 반성한다면, 이제 더 이상의 소모적인 대선자금 논쟁으로 나라를 표류시키는 일을 중지하기 바랍니다. (한국경제신문 1997년 5월 31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