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사화합 '경제 살린다'] (3) '독일 벤츠사'..'팀제' 도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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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일 슈투트가르트에서 승용차로 20분 거리에 있는 메르세데스벤츠사 진델핑겐공장. 벤츠사에서 가장 규모가 큰 이 공장 차체부에는 2개의 대조적인 생산라인이있다. 한 쪽은 완전 자동화된 라인으로 기술자 2명만으로 가동한다. 다른 쪽은 전통적 방식으로 28명이 2개조로 교대하며 작업한다. 자동화라인에서 공정이 한번 완료되는데 걸리는 시간은 1백초. 수동라인은 1백30초가 필요하다. 회사측에서 보면 분명 자동화라인이 더 경제적일 것이다. 그러나 품질면에선 수동라인 쪽이 더 낫다는 평가다. 수동라인 차체부 팀리더인 H 그로스만은 "수동라인은 인간의 노동력이 무엇보다도 우수한 가치를 갖고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고 설명한다. 그래서 회사측도 돈이 많이 들어가는 수동라인 가동에 이의를 달지 않는다고 덧붙인다. 자동화가 진전되면 고용을 줄일수도 있지만 숙련된 노동의 가치를 더 인정한다는 얘기다. 스테판 슈나이더 노동정책담당자도 "공장자동화를 통한 생산방식이 인간이직접 하는 것보다 더 유연하다고 생각하지 않는다"며 "인간의 노동을 통해 효율성을 높일 방침"이라고 말한다. 인간을 중시하는 벤츠사 노사관계의 특징을 보여주는 단면이다. 이런 점 때문인지 메르세데스벤츠사에는 독특한 이름의 부서가 있다. "아르바이트 폴리틱(Arbeits Politik)". 우리말로 하면 노동정책 부서라고나 할까. 작업구조 직무체계 임금체계 인사문제 등을 전담하는 부서다. 이렇게 총체적 노사관계를 담당하는 부서가 새로 생긴 것은 지난 90년. 독일이 일본보다 크게 뒤떨어졌다는 MIT의 자동차 생산성 비교 보고서가 발표된 이후 설치됐다. 그렇지 않아도 경영위기를 겪던 벤츠사는 MIT보고서이후 일본식 생산방식을따라잡기 위해 아르바이트 폴리틱을 통해 조직과 생산구조를 대대적으로 개편했다. 이중 하나가 팀제로 불리는 "그루펜 아르바이트(Gruppen Arbeit)"(팀 노동)이다. 물론 팀제도입은 인원 감축을 전제로 한다. 노사양측은 오랜 논의끝에 벤츠사 전체적으로 4만명 감원에 합의했다. 하지만 무조건 자리를 뺏는 해고의 개념은 아니다. 정년때까지 연금의 80%를 회사가 지급하는 일종의 명예퇴직 형식이다. "노사협약에 규정된데 따라 양측이 합의해 감원했다. 노조와 회사 모두경쟁에서 지면 모든 것을 잃을 수 있다는 점을 잘 알고 있기 때문이다"(롤란드 스프링어 노동정책 부장) 진델핑겐공장도 90년 이후 조직개편을 통해 생산직 노동자 2만여명 가운데 75%를 팀제로 재편했다. 팀제가 도입되면서 결정구조도 단순화됐다. 그룹내에서 자체적으로 휴가일정도 조정하고 품질도 확인한다. 결정권이 하향화됐다는 얘기다. 산업재해도 줄었다. 책임감을 갖고 일하기 때문이다. 생산성도 자연히 올라갔다. 노동인력은 줄었지만 생산대수는 90년이후 오히려 10만여대가 늘었다. 우베 로렌츠 공장부사장은 "작업 책임이 그룹에 주어지면서 노동생산성이나품질이 훨씬 향상됐다"고 말한다. 이러다보니 도입 초기에는 변화에 대해 회의적이던 노동자들이 이젠 오히려더 확대해 주기를 요구하고있다. 결정권의 확대와 팀대변인제를 통한 고충처리에 만족하기 때문이다. 경기불황으로 감원이 불가피했던 벤츠사가 이제 시련을 딛고 재도약하고 있다. 인간 중심의 노사협력 관계를 발판 삼아 생산성 향상에 주력한 덕분이다. (한국경제신문 1997년 6월 2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