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의 탈을 쓴 비리온상" .. 검찰수사로 드러난 학원실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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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찰이 "학원비리"를 과다한 사교육비 부담의 주범으로 지목하고 사법적 메스를 가했다. 검찰조사결과 학원들은 그동안 탈세와 장부조작 등의 수법으로 수강료를 빼돌리는 등 파렴치한 행위를 일삼아 왔다. 또 모의고사.부교재 채택비리, 현직교사를 통한 학생유치 등 이들이 저질러온 비리행태는 이미 학원비리 수준을 벗어나 학교의 공교육 체제를 위협하는 수준까지 도달해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게다가 이번에 구속된 인사중에는 대통령 직속기구인 교육개혁위원회 위원과 서울시교육위원 등이 포함돼 있어 충격을 던져주고 있다. 대규모 탈세행위 =종로 대성 한샘 고려학원 등 국내 굴지의 입시학원들은 수강생 등록원부, 수강료 영수증 등을 조작하여 통상 20%~50%, 심지어 70%까지 매출을 누락하는 수법으로 조직적 탈세행위를 해왔다. 종로학원은 교재출판업체인 "종로학습자료사" 등 위장업체를 설립해 수입을 분산시키는 수법으로 비자금을 조성해왔으며 이 학원운영업체인 (주)입시연구사의 경우 96년말 현재 99억여원을 빼돌린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학원과 고려학원은 실제 수강인원의 30%가량을 무등록자로 장부조작해 매출을 누락시켰다. 검찰 관계자는 "이번에 적발된 15개 학원의 탈세액은 95년 한해동안에만 3백억원에 달한다"며 "전체 학원을 대상으로 할 경우 그 규모는 상상을 초월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학원장들은 탈세한 돈을 대부분 개인적 축재 및 이익 극대화의 수단, 유명강사 스카웃비 등으로 써왔는데 신한학원은 대학입시 논술문제를 적중시켜 족집게 강사로 유명해진 조모씨(28)에게 지난해 1년동안 2억4천만원의 강사료를 지급했다. 고액수강료 징수 =대부분의 입시학원들은 법정수강료인 단과반 5만4천원, 종합반 23만5천원을 지키지 않아 사교육비 부담을 부채질해왔다. 종로학원은 재학생 종합반의 경우 월 42만~65만원을 받았고 혜성외국어학원단과반은 월30만~1백50만원을 징수했다. 서울의 3천7백여개에 달하는 보습학원의 80%이상도 수강료를 초과징수하고있었으며 "소수정예반"을 편성해 과목당 30만~1백50만원의 고액수강료를 받아왔다. 보습학원의 탈법운영 =대청람보습학원은 월 1백50만~2백80만원의 대실료를 받고 무자격 강사들에게 강의실 2~3개씩 임대해주는 일명 "스탠드바 분양방식"으로 편법운영하다 적발됐다. 세명보습학원은 무자격강사를 채용해 속칭 "맨투맨 방식" "돼지키우기"식의1대1과외를 하고 수강료 1백만~1백80만원을 받아 8~9대1로 강사와 분배해왔다. 보습학원들은 또 수강이 금지된 초등학생 교습과정 설치, 비밀고액과외,강의실 무단용도변경, 과밀학급 편성, 미등록 강사 채용 등 편법운영을 자행해 왔다. 모의고사.부교재 채택비리 =종로 대성 정일 고려 교연학원 및 중앙교육진흥연구소 등은 각 고교 연구주임 학년주임 교사들에게 모의수능.논술고사 응시료의 13~20%, 부교재 판매가의 25%를 리베이트로 제공했다. 연간 리베이트 액수는 1백억원으로 추정될 정도로 일선학교의 구조적.고질적 부조리로 고착돼 있다. 고려학원은 학생을 소개해준 현직교사들에게 1인당 10만원을 지불하고 향응을 베푸는 등 월 7백여만원을 학생유치비로 제공했다. 대책 =사교육비 부담을 경감하기 위해 대학입학제도 개선을 검토할 필요가 있으며 국민들 스스로 학원수강과 과외교습에 의존하는 자세를 탈피할 필요가 있다. 또 부동산중개 수수료 과다징수를 처벌하는 것처럼 법정수강료 초과징수 행위 처벌규정을 신설하고 학원운영의 투명성을 확보하기 위해 수강료를 은행지로를 통해 납부받도록 의무화해야 한다. (한국경제신문 1997년 6월 4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