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경칼럼] 맞벌이 예찬론 .. 정장호 <LG텔레콤 사장>

우리사회에서는 맞벌이를 부부가 함께 벌어서 생계를 꾸려나가는 가난하고 천한 사람들의 일로 비하시키는 경향이 있다. 그러나 남자 혼자서 벌어 가족모두를 부양하는 사회구조를 가진 선진국은 없다. 우리도 여성들이 당당하게 전문직에 진출하여 경제활동과 사회활동을 해야 한다. 전통적으로 여성들의 사회진출에는 그들 스스로가 직업을 가지면 여성다움을 상실한다고 직업선택에 적극적이지 않았고 열악한 근무환경과 남자에게도 부족한 직장 등 많은 장애들이 존재했었던도 사실이다. 따라서 양가의 여성들이 직업을 갖게되면 집안의 체통이 서지 않는다는 권위주의 관념이 팽배했고 여성의 직업을 여권신장 차원에서 접근하는 일부 정치인과 여성운동가들은 남녀의 대립적 분위기를 조성하여 정서적 반감을 유발하기도 했다. 그러나 여성들의 사회진출은 경제적으로나 정서적으로나 사람들의 삶을 풍요롭게 하고 남자들과 경쟁함으로써 균형을 맞추어 남자들만의 사회보다 발전의 속도를 더욱 빠르게 한다. 선진국도 세계 제2차대전 당시 많은 남자들이 군에 입대하여 일손이 부족할때 여성들이 일을 대신하면서 자신감과 보람을 갖기전까지도 우리와 크게 다르지 않았다. 사실 한사람의 벌이로 온가족의 생계를 책임지는 수입구조에서는 가장은 항상 경제적으로나 정서적으로 쫓기며 살게 된다. 경제적으로 보수를 주는 쪽은 많이 주어도 받는 쪽에서는 항상 부족하니 불만요소가 된다. 정서적으로 대부분의 여성들이 고등교육을 받았으나 결혼하여 잡일이나 한다며 허무해 하고 남편에게 지나친 기대를 하게되니 남편은 부담스럽게 된다. 한편 사람의 수명을 길어지는 반면에 노인들이 할수 있는 일은 그다지 많이 증가하지 않는다. 따라서 총각아들을 가진 부모들을 직업여성을 며느리로 선호하고 자식들은 부모님들이 노년을 손자들과 즐겁게 생활하시도록 사회분위기를 만들면 맞벌이가 권장되고 건전한 가정과 사회를 가꾸어 나갈수 있다는 생각을 해 본다. (한국경제신문 1997년 6월 5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