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황' 이렇게 극복한다] (9) '쌍용양회'..자린고비 중무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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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원도 동해시 쌍용양회 동해공장. 석회석을 시멘트로 구어내는 거대한 소성로(킬른) 7기가 육중한 기계음을 내며 돌아가는 사이로 동해의 붉은 해가 떠오른다. 오전 7시, 3백여명의 낮 근무조 직원들이 새벽 근무조와의 교대근무를 위해 자동차와 오토바이로 출근 행렬을 이룬다. 이 공장의 최고 사령탑인 김관형 공장장(전무). 그는 아침 7시30분이면 어김없이 걸어서 공장 정문을 통과한다. 그의 숙소는 공장에서 2km 정도 떨어진 사택. 빠른 걸음으로 20분 가량 걸리는 거리다. 김공장장은 올초부터 이 거리를 차를 타지 않고 걷기 시작했다. 공장장의 도보 출근엔 주변 사택에 사는 공장 직원들도 하나 둘씩 동참하고 있다. 김공장장이 그리 가깝지 않은 출근 길을 걷기 시작한 데는 이유가 있다. 수년전부터 연료비와 물류비가 급등하며 어느 업종보다 먼저 싸늘한 불황감을 느껴왔다. 쌍용양회의 경우 지난해 당기순이익은 21억원으로 전년(2백16억원)의 10%에 그쳤다. 다른 시멘트 회사들도 대부분 순이익이 절반이하로 감소했다. 문제는 이런 구조적 불황이 쉽게 개선될 가능성이 없다는 것. 따라서 시멘트 회사들이 생존을 위해 택할 수 있는 방법은 딱 한가지뿐이다. 단돈 몇푼의 관리비라도 아끼는 것이다. "지금의 경제위기 탈출은 사소한 것을 아끼는 데서 부터 실마리를 찾아야 한다"는 게 김공장장의 지론이기도 하다. 그는 이같은 지론을 "걷기출근"으로 솔선수범하고 있는 것이다. 실제로 시멘트 회사들의 불황탈출 노력은 어떤 기업보다도 처절하다. 공정개선이나 생산성 향상 노력 등 굵직굵직한 방법들은 기본이다. 전등 하나 더 끄기부터 수도물 절약에 이르기까지 오일쇼크 시대를 방불케 하는 방법들이 총 동원된다. "마른 수건도 쥐어 짠다"는 말이 실감날 정도다. "회의가 있을 때를 제외하곤 낮엔 사무실의 전등을 모두 끄고 근무한다. 관리직들이 이런 수범을 보여야 현장에서도 원가를 줄이려는 노력에 동참하지 않겠나"(김남곤 생산1부장) 그런 만큼 웬만한 회사들이 대부분 채택하고 있는 생산설비관리(TPM)활동도 쌍용양회에선 더욱 철저하다. 쌍용양회 동해공장은 TPM활동을 아예 SSPM(쌍용 스타일 공장 관리)이라고 이름을 바꿔 붙여 시행중이다. "일반적으로 TPM이라고 하면 설비고장의 원인을 분석해 재발을 방지하자는 설비관리 기법중 하나다. 그러나 SSPM은 차원이 다르다. 활동의 범위를 크게 확대해 공장에서 발생하는 모든 손실요인을 파악해 제거하는 것이다. 여기엔 설비관리뿐아니라 연료절감 인력감축 등 모든 원가 절감방법이 포함된다"(김강호SSPM과장) 지난 94년부터 본격 착수한 SSPM활동으로 쌍용양회 동해공장은 연간 2백여건씩의 손실요인을 제거했다. 이에 따른 비용 절감액은 매년 70억원에 달한다. 설비고장 감소면에선 특히 두드러진 성과가 나타났다. 지난해의 경우 SSPM결과,전년에 비해 고장이 44%나 줄었다. 설비 수선비는 49억원이나 아꼈다. 이로인해 생산성은 2.9% 올라갔고 생산량은 5.8% 늘어났다. 물론 이같이 혁혁한 성과가 나타난 것은 회사와 근로자들이 한마음으로 똘똘 뭉친 결과다. 바탕엔 위기의식에 대한 공감대가 깔려있다. "올 임금을 작년 대비 완전 동결키로 지난달 19일 노사가 합의했다. 여기에 간부들은 보너스를 1백%씩 반납하기로 했다. 다른 기업처럼 인위적인 감원을 하지 않는 대신 구성원 모두가 불황극복을 위해 두손을 맞잡은 것이다. 안정적인 일자리를 보장받기 위해선 임금도 동결하고 회사 경비도 스스로 아껴야 한다는 의식이 근로자들 모두에 뿌리를 내렸기 때문에 가능했다"(황동철 관리실장) "꼭 회사가 어려워서만이 아니라 경제 전체가 불황이라고 하니 근로자들 스스로가 허리띠를 졸라매야 지요. 작은 근검절약 실천이 쌓이고 쌓이면 회사나 국가경제뿐아니라 가계도 풍요해지는 것 아닌가요" 스스로 자동차 10부제 원칙을 세워 열흘에 한번은 절대 자가용을 타지 않는다는 장진석 반장의 말이다. (한국경제신문 1997년 6월 5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