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케팅 최전선] '기상 마케팅' .. 날씨 알아야 마케팅 성공

"하늘을 알면 히트제품이 보인다" "날씨가 영업부장"... 기상이변이 자주 나타나면서 날씨가 기업경영의 중요 변수중 하나로 떠오르고 그에 따라 날씨 변화에 맞춰 제품의 생산.판매 계획을 조정하는 기상마케팅이 빠른 속도로 확산되고 있다. 에어컨 아이스크림 의류 등과 같은 계절상품 업체 뿐만이 아니다. 정유 술 광고 외식 등 얼핏보아 날씨와 큰 연관성이 없어보이는 업체들까지도 이제는 날씨를 중요 변수의 하나로 올려놓고 있다. 국내 기업들이 기상마케팅에 본격적으로 관심을 기울이기 시작한 계기는 지난 94년의 "만도신화". 에어컨 시장에 처녀진출한 만도기계는 "그해 여름이 무덥고 더위가 오래 갈 것"이라는 일본 기상청 예보를 입수, 에어컨 수요가 크게 늘어날 것으로 보고 에어컨의 필수부품인 콤프레서를 대량 확보했다. 예상대로 그해 여름은 길고 무더워 에어컨 수요는 폭발적으로 증가했다. 경쟁업체들이 부품이 없어 손을 놓고 있을때 만도는 생산을 늘려 대성공을거두었다. 국내 기업중 기상청이나 한국기상협회로부터 기상정보를 받아 마케팅에 활용하고 있는 업체는 현재 5백개가 넘는 것으로 추정된다. 한국기상협회 관계자는 "해마다 40여개의 업체가 정보제공을 요청해올 정도로 기상마케팅은 급속히 확산되는 추세"라고 설명했다. 기상청의 이수웅 교학과장도 "작년 5월 기상마케팅 교육을 처음 실시할 때는20개 업체에서 30여명만이 참석했었으나 이달말로 예정된 올해 교육에는 60여개 업체가 참여신청을 하는 등 기업들이 큰 관심을 보이고 있다"고 말했다. 국내 기업들은 주로 한국기상협회가 제공하는 기상정보를 활용한다. 기상협회로부터 받는 정보는 크게 일간 주간 등의 단기예보와 월간 또는 3개월 단위의 중장기예보로 나뉘며 요금은 월 6만원에서부터 20만원까지 정보의 양에 따라 차이가 있다. 만도기계의 사례에서 보듯 일부 업체들은 일본등 해외로부터도 기상정보를 사온다. 해외에서 들여오는 정보는 주로 중장기 예보. LG전자 공조기사업부의 김종대 차장은 "발주에서 인수까지 시일이 오래걸리는 해외부품을 쓰는 제품일 경우 기상마케팅이 특히 중요하다"며 "연간한두차례 3~6개월 단위의 중장기 기상예보자료를 일본 민간기상업체로부터 사오고 있다"고 밝혔다. 이때 비용은 1천만원쯤 든다. 기업의 날씨에 대한 관심은 높아지고 있지만 기상예보를 분석해 마케팅에 활용하는 능력은 아직 초보수준이다. 박복동 한국마케팅전략연구소장은 "기상인프라설비가 미비하고 기업내부에 기상자료를 정확히 분석.가공할수 있는 전문가가 거의 없다"고 지적한다. 금강기획의 강규철 마케팅 부장도 "날씨와 판매동향에 대한 10년정도의 자료가 축적돼야만 제대로 된 기상마케팅이 가능하다"며 "아직은 기상마케팅모델도 개발돼 있지 않은 실정"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오는 7월 기상정보서비스업이 개방되면 이같은 문제도 서서히 해결될것으로 전망된다. 지금은 기상청과 한국기상협회가 기상정보서비스업을 독점하고 있지만 민간이 참여해 경쟁체제로 들어서면 서비스의 질이 한층 더 높아질 것이란 분석. 기상정보서비스업 진출을 추진중인 민간기업의 경우 일정 자격을 갖춘 기상컨설턴트를 확보, 단순한 정보제공을 넘어 기상자료를 업종에 맞게 가공분석해 제공한다는 계획을 세워놓고 있어 국내 기상마케팅도 한단계 더 레벨업될 것으로 업계는 보고 있다. 날씨와 마케팅의 상관관계 =일본 기상청통계에 따르면 아이스크림은 섭씨 30~35도 사이에서 가장 많이팔리는 것으로 나타났다. 섭씨 20도일때와 비교하면 판매량이 거의 두배에 달한다는 것. 맥주도 마찬가지로 섭씨 30~35도에서 잘 팔린다. 그러나 아이스크림과 맥주는 기온이 더 높아져 섭씨 35도를 넘어서면 판매에제동이 걸리는 것으로 조사됐다. 날이 지나치게 더우면 사람들이 움직이지 않아 판매는 오히려 준다는 얘기다. 기온에 따라 판매량이 급변하는 제품은 비단 아이스크림과 맥주 뿐만이 아니다. 살충제도 섭씨 26도를 넘어서면 판매가 급증한다. 반대로 기온이 내려가 섭씨 13도에 이르면 장갑이 팔리기 시작하고 섭씨 10도 이하로 떨어지면 방한의류의 매기가 일어난다. 광고효과도 날씨에 따라 좌우된다. 대표적인게 스포츠신문 광고. 비가 내리면 옥외경기가 대부분 취소되기 때문에 다음날 신문은 상대적으로읽을 거리가 줄고 가판 발행부수가 적어 광고효과가 떨어진다는 것이다. (한국경제신문 1997년 6월 5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