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사화합 '경제 살린다'] (6) '이탈리아 피아트사'..2인3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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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탈리아 반도 북동쪽 롬바르디아 평원에 위치한 토리노시이 이곳에 피아트본사가 있다. FIAT라는 이름은 "토리노에 있는 자동차 공장"의 이니셜이다. 토리노가 이탈리아 자동차 산업의 근원지라고 불리는 것도 이래서다. 여기에는 피아트 미라피오리공장과 리발타공장이 있다. 이들 공장은 경영위기를 노사가 "2인3각"으로 극복한 대표적 사례로 꼽힌다. 피아트는 90년대 들어서면서 창사 이래 최고의 위기를 맞았다. 80년대 말 65%에 달하던 국내 시장점유율이 10%이상 줄기 시작한 것. 설비 자동화가 오히려 창의적인 개선 노력을 가로막아 생산성이 떨어진 탓이다. 여기에다 일본자동차의 거센 도전은 피아트를 계속 사지로 몰아부쳤다. 이 결과는 정리해고로 이어졌다. 94년에 조기퇴직제도와 그룹내 기업간 인력 이동배치등 포괄적 협약이 노사간에 맺어졌다. 94년과 95년조기퇴직자는 각각 5천2백명과 1천4백명에 달했다. 여기에는 2천8백명의 사무직도 포함됐다. 피아트 노사는 감원이라는 극약처방만 쓴 건 아니다. 자동화가 모든 것을 해결하지 못한다는 점을 깨달은 사측은 새로운 경영전략 개발에 착수했다. 조직운영의 유연성과 부문간 협력체제 개선활동에 중점을 둔 것이다. 루치아노 마손 인사정책담당자는 "기업경쟁력의 핵심이 협력적 노사관계와 인적자원관리에 있다는 것을 인식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이래서 나온 새로운 경영전략이 "통합적 공장".생산작업의 기본조직을 여러개로 나눈뒤 자율적으로 생산성을 높여 가도록 하는 방식이다. 물론 생산성이 높은 조직에는 인센티브를 줬다. 아르날도 카무포 교수(카스포카리대)는 "생산과정을 서로 통합해 작업효율성을 높인 이같은 시도는 노조의 참여와 협력을 기본으로 한다"고 설명한다. 이같은 시스템은 회사를 살리는 게 우선이라는 노조의 인식변화가 있었기에가능했다. 정치적 입장이 다른 3개의 노조는 우선 대표선출 방식을 바꿨다. 상급노조가 임명하던 노조대표를 93년부터 직접 선출했다. 노조의 민주성과 대표성이 커지면서 대화와 타협 분위기가 확산됐다. 또 경영위기 극복에 동참하자는 인식도 퍼지기 시작했다. 노사협력분위기가 뿌리내린 것이다. 그 결과는 노조가 먼저 생산성향상에 앞장서는 것으로 나타났다. 93년 리발타공장에서 생산한 "크로마"차종의 불량률을 줄인게 대표적 예다. 노조는 최종생산라인에서 불량률이 80%에 달하는 공정을 개선하기 위해 노사공동위원회 회의를 매주 개최할 것을 사측에 요구했다. 품질문제 해결을 위한 라인스톱제도 도입됐다. 작업자 배치등 효율적인 생산시스템 구축을 위해 노사가 머리를 맞댔다. 생산속도를 조정하고 숙련도를 높이는 종업원 교육도 노사합의로 이뤄졌다. 한달사이에 불량률은 12%대로 뚝 떨어졌다. 노조의 참여와 협력이 경쟁력향상으로 귀결된 것이다. 올해 피아트사는 2천여명을 새로 채용할 계획이다. 지난 93년에 감원을 했던 피아트가 이젠 노사협력에 따른 생산성 향상으로신규고용을 창출한 것이다. "노사협력으로 불황을 극복한 산물"(파울로 가스카 인사조직부장)인 셈이다. 미라피오리 공장 현관에는 처음 설립된 39년부터 지금까지 생산된 자동차수를 표시하는 전광판이 있다. 97년 5월14일 현재 2천4백21만9천19대다. 이 회사 관계자들은 생산성 향상을 위한 노사협력이 확산되고 있어 전광판에 새겨진 숫자가 올라가는 속도도 계속 빨라질 것으로 확신하고 있다. (한국경제신문 1997년 6월 7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