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진단] "덩치 커야 경쟁력"..해운업계 인수합병 "바람"

해운업계에 M&A(기업인수합병) 해풍이 거세게 불고 있다. 컨테이너선단을 주로 거느리고 있는 대형 해운사들이 살아남기 위해 "찍짓기"에 나서고 있다. 영국의 P&O와 네덜란드의 네들로이드는 작년 12월 합병을 전격 선언,"찍짓기"에 불을 당겼다. 두회사는 합병으로 세계최대의 컨테이너선사가 됐다. 올들어선 싱가포르의 NOL이 미국의 APL을 인수키로 했다. 인수 실무절차가 마무리되면 이회사는 세계 6위의 컨테이너선사 된다. 한국 해운사들도 M&A 바람을 일으키고 있다. 한진해운은 올 2월 독일선사인 DSR세나토를 인수해 세계 3위의 컨테이너선사로 부상했다. 해운업계 M&A의 가장 큰 특징은 상위 20위권 대형사들간 결합이라는 점이다. 원래 덩치가 큰 대형선사들이 M&A를 통해 맘모스급으로 재출항하고 있다. 국적이 다른 선사들간의 글로벌 합병이라는 것도 특징이다. 이처럼 해운사들이 덩치키우기에 나선 것은 경영난을 타개하기 위해서다. 해운사들은 최근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수익성이 크게 악화되고 있다. 컨테이너협회보의 제인 보이즈 편집자는 "70년대 중반에 견주어 컨테이너 한대당 수익성이 심한 경우 60%나 감소했다"면서 "문제는 수익률감소가 아니라 컨테이너당 수익률 감소"라고 말한다. 한국업체들도 수익성이 악화되기는 마찬가지다. 한진해운의 경우 지난해 순이익이 무려 84.2%나 감소했다. 현대상선도 같은 기간동안 순이익이 30.7%나 줄어들었다. 수익성 악화의 주범으로는 단연 선복량(수송능력) 증가가 꼽힌다. 해운사들이 경쟁력 강화를 내세우며 컨테이너선및 컨테이너 숫자를 크게 늘리면서 선복량이 지난해부터 실수요를 앞서고 있다. 해운선사들간 화물확보를 위한 경쟁이 치열해질 수밖에 없다. 이는 가격인하경쟁 서비스경쟁으로 이어져 마진이 줄어들고 있다. 선복량증가추세는 당분간 계속될 것으로 보여 앞날은 더 어둡다. 컨테이너협회보에 따르면 현재 1백10만개의 표준 컨테이너를 수송할 수 있는 컨테이너선이 건조중이다. 이는 기존 컨테이너선 수송능력능력(4백80만개)의 22%에 해당한다. 결국 발빠른 해운사들이 M&A를 통해 살길을 모색하고 있는 것이다. 일단 덩치가 크면 주문을 따내기가 쉽다는 이점이 있다. 고객에게 크고 믿을 수 있는 회사라는 이미지를 심어줄 수 있기 때문이다. 또 다양한 서비스망을 구축해 고객만족을 높일 수도 있다. 회사 내부적으로는 비용 절감,효율성 증가등 다양한 시너지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하빡 로이드의 번드 레드회장은 "합병이 자동적으로 성공을 보장해 주는 것은 아니다. 정작 중요한 것은 효율성 증가이다"라고 충고한다. 앞으로 해운선사들간 M&A는 더욱 가속화될 전망이다. 영국의 경제전문지 파이낸셜타임스는 "지난 94~95년에 집중적으로 발주됐던대형선박의 인수가 97~98년에 이뤄진다"고 우려하면서 "해운업계에 생존을 위한 몸집키우기가 한층 거세질 것"으로 예상했다. (한국경제신문 1997년 6월 7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