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진단] '엔화 왜 오르나' .. EMU 전망 불투명도 원인

엔화 강세가 또 다시 시작되고 있다. 지난 20일간 달러당 1백15~1백16엔대로 조정국면을 보여온 엔화는 9일 도쿄외환시장에서 한때 전날보다 4엔가량 상승한 1백11.80엔까지 치솟았다. 이는 지난해 11월22일(1백11.45엔)이후 최고 수준이다. 엔화는 지난 4월27일 G7(선진 7개국) 재무장관이 환율안정에 합의한 뒤5월 중순까지 급등세를 보였었다. 엔화가 다시 강세로 돌아선 것은 지난 주말 뉴욕시장에서 미 무역대표부(USTR)대표의 "일본 무역흑자를 염려하는" 발언과 오는 20일 미국 덴버에서열릴 예정인 G7(선진7개국) 정상회담에서 일본의 무역흑자 축소가 중요한 의제가 될 것이라는 보도에 따른 것이다. 미국의 통상문제를 총지휘하고 있는 바셰프스키 무역대표부대표는 지난 주말 "일본의 무역흑자를 더이상 용인할수 없다"고 강력히 경계감을 표시한 것으로 언론에 보도됐다. 이같은 보도가 전해지자 뉴욕외환시장에서 엔.달러환율은 민감한 반응을 보이면서 곧바로 1백15엔대가 무너졌다. 이런 분위기가 9일 도쿄시장에서 한층 증폭되면서 엔고파장을 몰고 온 것이다. 일본은 과도한 무역흑자를 줄이기위해 현실적으로 고려할 수있는 것은 엔화상승을 유도하는 것밖에 없다. 과거 사카키바라 일본 대장성금융국장의 "1달러=1백3엔"발언도 이런 맥락이다. 미국이 그동안 줄기차게 요구해온 내수확대를 통한 경기회복은 일본이 수용하기 어려운 실정이다. 지난 4년간 불황극복을 위해 재정투자를 단행, 현재 재정적자가 GDP의 4.8%에 달하는 상황에서 재정확대를 골자로 한 미국의 요구를 수용할 수 없는 것이다. 특히 이번 G7정상회담에서 미국을 비롯한 다른 국가들이 한꺼번에 일본의 무역흑자 축소를 요구해올때 일본으로선 엔화상승을 유도할수밖에 없다는게 외환전문가들의 지배적인 분석이다. 유럽통화통합(EMU)의 전망이 불투명해지고 있는 것도 엔강세의 또 다른요인이다. GDP(국내총생산)대비 재정적자 3%이내라는 EMU가입조건을 충족시키려는 독일정부의 중앙은행 금 재평가 계획이 무산된데 이어 프랑스 총선에서 좌파가 승리함으로써 99년 출범예정이 EMU가 심각한 차질을 빚고 있는 상태다. 이처럼 유럽단일통화의 미래가 흐려지면서 유럽외환시장에서 마르크 파운드를 팔고 상대적으로 안정된 엔화를 싸들이는 기관투자가들이 늘고 있다. 특히 파운드화에 대한 엔화 환율은 지난 6일 한때 96년 11월이후 최고치인 파운드당 1백82엔을 기록하는 강세를 보였다. 유럽통화에 대해 엔화가 강세를 보이면서 이는 다시 달러화에 대한 엔화강세로 이어지는 것이다. 엔강세는 일본의 금리인상 가능성을 그 기저에 깔고 있다는 분석도 있다. 스즈키다케오 일본의 야스다 신탁은행 부장은"엔화가 새로운 상승국면을 맞고 있다"며 "이같은 엔고.달러저를 지탱하고 있는 것은 여전히 일본의 금리인상 가능성"이라고 말했다. 지난 4월 일본의 공업생산이 예상외로 악화돼 한때 이자율인상 관측이 후퇴했지만 시장은 여전히 금리인상을 점치는 분위기가 팽배하다. 일본은행은 지난 95년 9월이후 연0.5%라는 사상 최저의 재할인율을 유지하고 있다. 7년째 경기확장을 지속하고 있는 미국 경제가 서시히 조정국면으로 접어들면서 미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가 7월1일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에서 단기금리를 인상하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도 엔강세를 부추길 것으로 보인다. (한국경제신문 1997년 6월 10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