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Y-파일] (신세대 창업만세) 임상희 <태하메카트로닉스대표>

태하메카트로닉스 임상희 대표는 남들과 구별되는 독특한 창업동기를 갖고 있다. 처음부터 자기사업에 뜻을 두고 회사를 차린 게 아니다. 주위 여건이 그를 창업쪽으로 내몰았다. 한양대 대학원 전기공학과를 나온뒤 과학기술원에서 메카트로닉스 박사과정을 수료한 임사장은 전형적인 엔지니어출신. 그는 지난 88년부터 한국테크노벤처라는 회사에 다니면서 유도제어용 인버터와 셀컨트롤러 굴삭기 등 10여건의 공장자동화분야의 개발과제를 정부자금 지원으로 개발하는 등 촉망받는 연구원으로 이름을 드날렸다. 그러나 92년 이 회사가 자금난으로 부도가 나면서 당시 연구팀을 이끌고 있던 그는 팀원들과 함께 농기계 제어장치업체인 한주에 입사하게 된다. 입사와 동시에 기술연구소를 설립, 부소장을 맡은 임사장은 현대정공이 발주한 자기부상열차 속도검지장치와 현대중공업이 의뢰한 자기진단형 굴삭기 제어 등 13건의 연구개발과제를 성공적으로 완수해내 대내외적으로 기술력을 인정받았다. 그러나 불운은 그치지 않았다. 그가 일하던 한주기술연구소도 모기업인 한주엔지니어링의 부도로 문을 닫게 된 것이다. 임사장을 비롯한 연구원들은 살 길을 찾기 위해서 대기업부설연구소로 뿔뿔이 흩어져야 할 판이었다. 당시(94년) 임사장을 포함한 16명의 연구원들은 오기가 발동했다. "이대로 주저 앉을 순 없다. 기술력과 사업아이템은 있으니 우리끼리 뭉쳐서 한번 해보자"는 각오로 태성엔지니어링(현 태하메카트로닉스의 전신)을 차렸다. 연구원으로 생사고락을 같이 했던 정과 의리가 이들을 하나로 결집시키는 데 큰 밑거름이 됐다. 나이나 경력면에서 가장 연장자였던 임사장이 자연스레 대표이사를 맡았다. 모두다 "공돌이"출신이라 자금조달은 어떻게 할 지, 프로젝트수주는 어디서따올지 경영에는 한마디로 "초짜"였다. 그러나 뜻이 있는 곳에 길이 있다고 했던가. 한주기술연구소시절 임사장의 기술력을 높이 산 메디슨의 이민화 사장이 주식회사를 설립하는 데 1억원을 투자하기로 한 것. 현대중공업 조흥전기 등에서도 기술개발용역을 맡겨오기 시작했다. 임사장은 이들의 기대에 눈부신 기술개발로 화답했다. 지난 95년 (주)태하메카트로닉스로 출범하면서 이 회사가 이룩해 낸 성과만도 내시경용 흡입.토출시스템 개발 운동부하용 트레드밀 개발 온라인체력검진용 제어기개발 등 10여건이 넘는다. 이중 헬스클럽 등에서 사용되는 트레드밀(러닝머신)은 임사장이 자랑하는 대표적인 개발품. "이 제품은 사람의 몸무게에 따라 속도와 기울기 등을 자동적으로 조절할 수 있습니다. 또 개인별 운동량과 목표치를 설정해 체계적으로 운동을 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첨단제품입니다. 게다가 동급의 수입품에 비해 가격은 절반수준이기 때문에 경쟁력이 매우 높다고 할 수 있죠" 이 회사는 최근 국내최초로 수술용 내시경 자동조정 로봇시스템의 개발에도착수, 내년 상반기께 상품화한다는 계획이다. 95년 매출액은 8억원에 불과했지만 끊임없는 기술개발에 힘입어 지난해엔 13억원으로 뛰었다. 올해 목표는 20억~25억원. 장차의 꿈을 묻는 질문에 임사장은 "그런 거창한 건 저는 잘 모릅니다. 한가지 확실한 건 이 회사를 다시는 부도가 없는 탄탄한 기업으로 키우겠다는 거지요. 또 그럴 자신도 있고요"라며 소탈하게 웃는다. (한국경제신문 1997년 6월 10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