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자광장] 북한 군사위협에 능동적 대처를 .. 정래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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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미국의 윌리엄 코언 국방장관은 북한이 보유하고 있는 화학무기의 위험성을 지적하며 화학무기의 공격을 받을 수 있는 나라로 한국을 들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한반도에서 전쟁이 발발할 경우 미국은 즉각 참전할 것이라는 미국의 "4개년 국방전략보고서"를 밝히기도 했다는 보도는 우리에게 많은 것을 생각하게 한다. 식량난으로 주민들이 기아에 허덕이고 있다면서 미국 일본 등 국제사회에 식량지원을 호소하는 북한정권은 이러한 현상과는 별개로 강력한 군사력을 갖추고 있다고 한다. 재래식 군사력은 차치하고 그간 핵.장거리미사일 등 첨단 군사장비의 위협은 끊임없이 거론되어 왔는데 이제는 화학무기의 위협까지 대두된 셈이다. 현재 북한은 국제 화학무기협약(CWC)에 가입도 하지 않은 채 약 5천t 가량의 화학무기를 보유하고 있다는데 만에 하나 이것이 사용되었을 경우 그 피해는 말로 표현하지 못할 정도라고 한다. 이 뿐만 아니라 오는 10월말 서울에서 열릴 예정인 제29차 한.미 연례안보협의회(SCM)를 앞두고 최근 워싱턴에서 열린 SCM 4개 분과위원회중하나인 한.미 정책검토위원회에서는 "북한의 폐연료봉 밀봉작업이 85% 가량 진척"된 것으로 파악됐다고 당국자가 밝혔다고 한다. 그런데 우리가 궁금한 것중의 하나는 북한의 이러한 군사위협에 대한 경고가 왜 미국으로부터 나오는가 하는 점이다. 국민들 대부분 잘 알고 있듯이 미국의 정부와 군사문제 연구기관 등은 최근들어 한반도에서의 전쟁 위험성 또는 가능성을 자주 지적해 왔다. 그러나 당사자라고 할 수 있는 우리는 안보불감증에 걸린듯 미국의 그런 지적에 대해서도 크게 동요하는 기색이 없다. 북한의 군사위협에 대비하는 안보문제에 대해 어느나라보다도 우리 정부와 정치권에서 먼저 걱정하고 대응책을 수립해야 할 것인데 안타깝게도 현실은 그렇지 않다. 북한은 갈수록 심화되고 있는 식량난으로 체제붕괴 상황에 까지 빠져들고 있으면서도 호전성은 줄어들지 않고 있다. 체제붕괴 위기 까지 몰린 그들이 어떤식으로 나올지는 아무도 모른다. 이런 예측불가능성이 우리의 대비태세 수립에 어려움을 주기는 하겠지만 막다른 골목에 몰린 그들이 전쟁을 도발할 수도 있는 가능성이 있다는 점을 명심해야 할 것이며 외국에서 이런 상황을 먼저 걱정하기 앞서 우리가 주도적으로 철벽 대비태세 확립과 아울러 전쟁발발 억제에 최선을 다해야 할 것이다. 정래근 (한국경제신문 1997년 6월 16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