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경칼럼] 반폭력, 비폭력 .. 조양래 <현대차써비스 사장>
입력
수정
단체협상 및 임금협상의 계절이 되었다. 해마다 이맘때면 각 기업체는 물론이고 사회 전체가 마치 열병을 앓듯 분규와 파업 또는 그를 넘어서는 폭력사태로 한바탕 난리를 펴고 지나가는게 지금까지 상례처럼 되어버렸다. 사실 조금이라도 더 자신의 권리와 이익을 획득하려느 근로자들과 회사의 경영상태에 맞춘 적절한 수준을 지키려는 사용자의 입장에서 어느 정도의 마찰이 일어나는 것은 불가피한 일이라고 할 수도 있다. 하지만 서로의 주장이 너무 일방적이고 독단적이라는데서 항상 문제는 비롯되어 왔다. 또 그러한 대립의 순간에 서로에 대한 불신과 애써 상대를 적대시하려는 필요이상의 의도들까지 합쳐지면서 실질적인 목적은 도외시된 채 투쟁 그 자체가 더 거칠어지고 살벌해지는 것이다. 얼마전 꽃다운 젊음을 앗아간 학생시위 도중의 불미스런 사건만 해도 그렇다. 이유야 어찌 되었건 간에 상대에 대한 일말의 이해나 확인도 없이 무조건 우리의 적이라는 막연한 상황을 임으로 설정하고 행동하는 집단이기주의가 지금 한창 사람과 포용을 배워가야 할 학생들에게까지 만연돼 있다는 사실에 선배로서, 자식을 키우는 아버지로서 안타까운 마음을 금할 수가 없다. 정이 많은 민족, 예절을 잘 지키는 민족으로 일컬어져온 우리들이 어째서 이렇게 냉정하고 잔인한 민족이 되었단 말인가. 우리는 이제 또 돌아온 단체협상, 임금협상의 철을 서로 얼굴만 붉히며 보내야 한단 말인가. 제발 올해부터는 우리의 노사관계가 좀더 원만해지고 성숙해졌으면 좋겠다. 나아가 이 땅에서 노사분규라든가 파업이라는 말이 사라졌으면 좋겠다. 다행히 최근 사회 곳곳에서 무교섭, 무인상, 무분규라는 3무 현상이 파도처럼 거세게 일고 있다고 하니 필자의 이런 바람이 허황된 것만은 아닌 것 같아 무척 다행스럽기도 하다. 아무리 물질만능주의가 판을 치고 개인주의가 팽배한 사회라지만 그래도 이 세상을 지탱하고 있는 것은 사람과 사람, 집단과 집단간의 이해와 사랑,그리고 화합이라는 것을 잊어서는 안될 것이다. (한국경제신문 1997년 6월 17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