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진단] 'EU 정상회담 무엇을 남겼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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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U 지도자들은 역시 "평화"를 원했다. 16일 암스테르담에서 열린 EU 정상회담에서 회원국들은 "단일통화의 실현여부는 평화와 전쟁의 문제"라는 점을 누누히 강조해온 콜 독일총리의 편을들어줬다. EU 정상들은 재정건전화조약의 실행여부를 둘러싼 독일과 프랑스의 갈등으로 인해 통화통합일정에 차질이 빚어지는 것을 바라지 않았던 것이다. 프랑스는 대신 이번 회담을 통해 고용창출을 위한 명문을 얻음으로써 나름대로 실리를 챙겼다. 유럽연합은 암스테르담 정상회담에서 유럽통합의 최대 걸림돌이었던 단일통화작업을 예정대로 추진키로 합의함으로써 세계최대의 초강국으로 나아가기 위한 발판을 마련했다. 단일통화인 "유러화" 도입을 통해 2002년까지 통화통합작업을 마무리하는 한편 동유럽국가들도 회원국으로 끌어들여 "유럽합중국"(United States ofEurope)으로 탈바꿈하는 첫발을 내디딘 셈이다. 단일통화의 실현에는 유러화를 미국 달러화에 버금가는 세계 기축통화로 부상시키겠다는 유럽인들의 "의지"가 담겨 있다. 실제로 WEFA 보고서에 따르면 15개 회원국이 단일통화권으로 형성될 경우 전세계 GDP에서 차지하는 EMU(유럽통화통합)의 경제규모비중이 오는 99년에 26.3%로 미국(25.5%)을 앞질러 세계최대의 경제권으로 부상하게 된다. 동유럽 12개국에게도 문호를 개방하면 유럽은 경제규모면에서 세계최대의 초강국으로 발돋움할 게 확실하다. 이런 점에서 이번 EU정상회담은 "암스테르담조약"의 발효를 통해 21세기의세계판도를 바꿔 놓을 역사적 의미를 가질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단일통화 실현을 위한 앞으로의 과제는 결코 순탄하지 않을 것으로 EU 전문가들은 지적하고 있다. 우선 재정건전화조약의 핵심인 재정적자축소문제만 봐도 그렇다. 통화통합 주도국인 독일 프랑스 이탈리아 3개국이 EMU 1차 참가국이 되기 위해서는 올 연말까지 재정적자를 국내총생산(GDP)의 3%이내로 축소시켜야 한다. 그러나 지난주초 OECD는 올해 이들 3개국의 GDP대비 재정적자는 똑같이 3.2%에 이를 것이라는 비관적인 보고서를 내놓았다. 3개국 모두 현재로선 "자격미달"일 가능성이 높다는 얘기다. 실제로 재정건전화조약을 주도해온 독일정부조차도 재정부문 충족요건을 연내에 달성할 수 있을지 여부가 불투명한 상태다. 정부차입은 법으로 금지돼 있고 세수증대는 야당이 반대하고 있다. 게다가 실업률증가로 인한 세수부족분이 무려 1백10억달러에 달한다. 더 큰 난관은 EU국민들로부터 지지를 받는 일이다. 자국 지도자들의 "영웅적 행위"(통화통합작업)에 불만을 느끼는 유럽인들이갈수록 늘고 있기 때문이다. 서유럽지역의 실업자수는 현재 1천8백만명으로 EU평균 10.9%에 달하고 있다. 회원국들은 재정건전화조약을 충족시키기 위해 더욱 긴축재정을 펼게확실해 앞으로 실업률은 늘어날 게 분명하다. 국민들로서야 "목구멍이 포도청"이니 이런 정부정책에 불만을 터뜨리는게 당연한 셈이다. 토니 블레어영국총리가 "지금까지의 유럽통합작업이 정치지도자들에 의해 주도돼 왔기 때문에 이제는 국민들에 의한 EU통합이 이뤄져야 한다"고 주장한 것도 어찌보면 대국민 설득작업이 통합의 최대 과제라는 점을 함축적으로 의미하고 있다. 물론 EU 정상들은 이번 암스테르담회담에서 고용창출과 경제성장을 촉진하기 위한 방안을 마련키로 합의했다. 10억달러의 기금을 전용, 유럽투자은행(EIB)으로 하여금 중.소기업들의 고용을 지원하고 고용확대를 위한 프로그램을 마련한다는 것이다. 또 10월에는 고용확대를 위한 특별 정상회담을 룩셈부르크에서 갖기로 했다. 그러나 이러한 처방으로 현재 "광범위한 위험상태"에 처해 있는 실업률 문제를 해소할 수 있을지에 대해서는 회의적인 시각이 지배적이다. 이런 점에서 이번 암스테르담 정상회담의 결과는 "총론"에선 일단 성공적으로 평가될만 하다. 독일과 프랑스의 대립으로 인해 한때 위험수위까지 달했던 통화통합작업을 예정대로 추진키로 합의함으로써 위기를 모면한 셈이다. 그러나 각국들이 앞으로 풀어야 할 "각론" 부분은 "가시밭길"에 비유될 정도로 험난한 여정을 예고하고 있다. EMU로 가는 길은 지금도 진행중이고 통화통합의 성공여부는 아직 판단하기이르다는 얘기다. [런던=이성구특파원] (한국경제신문 1997년 6월 18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