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19일자) CDMA, 후속기술도 중요하다

국내에서 세계최초로 상용화에 성공한 CDMA(부호분할 다중접속)방식의 디지털 이동전화시스템및 단말기가 세계시장에 본격 수출되기 시작됐다는 것은 무더위를 식혀줄 한줄기 소나기같은 소식이 아닐수 없다. 삼성전자가 최근 중국 상하이시에 CDMA 이동전화시스템을 공급키로 하는 계약을 따낸데 이어 LG정보통신이 17일 루마니아 회사와 CDMA장비및 교환기수출계약을 체결했다. 또 현대전자는 최근 미국 GWI사에 내년부터 10년간 시스템및 단말기를 공급키로 하는 계약에 서명했다. 특히 삼성전자의 상하이시 장비공급은 모토로라 등 외국유수의 기업과 치열한 경쟁끝에 이루어지게 됐고 LG정보통신의 경우 동구권에 CDMA장비를 수출하기는 이번이 처음이라는 점에서 우리나라가 CDMA 종주국으로서의 위치를 다질수 있는 기반을 마련했다고 평가해도 좋을 것이다. 이밖에도 이들 3개회사는 베트남 필리핀 인도 인도네시아 미얀마 브라질 아르헨티나 등 동남아및 남미지역에 대한 수출상담을 진행중인가 하면 원천기술을 제공한 미국의 퀄컴사 등 세계 유명 통신업체들이 다투어 한국의 CDMA 상용화현장을 직접 방문해 벤치마킹에 열을 올리고 있다고 하니 잘만 하면 CDMA가 수출주력상품이 될 날도 멀지 않은 것같다. 세계각국이 CDMA에 주목하고 있는 것은 기술적 우월성 때문이기도 하지만 서비스 시작 1년5개월만에 가입자 2백만명을 돌파한 한국의 성공사례가 결정적 영향을 주고 있다는 분석이다. 이같은 경향은 기술이야말로 무한경쟁시대에 가장 확실한 수출상품임을 입증해준다고 하겠다. 그러나 우리업체들의 CDMA 기술제품 수출이 확실하게 뿌리를 내리려면 풀어야할 숙제가 하나 둘이 아니다. 우리가 세계최초로 상용화에 성공했다고는 하지만 원천기술과 주요 부품 장비들은 아직도 미국 일본등 선진국에 의존하고 있는 실정이다. 휴대전화에 들어가는 초소형 탄탈륨 칩 콘덴서만 하더라도 국내 시장규모는연간 4백억원에 달하지만 일본 미국 등에서 전량 수입하고 있는 실정이다. 원천기술과 주요 장비 부품의 대외의존에서 하루빨리 벗어나지 않는한 "재주는 한국기업이 넘고 돈은 외국회사가 챙기는"격이 되지말라는 법이 없다. 또 새롭고도 다양한 CDMA제품들을 속속 내놓고 있는 후발 외국업체들의 위협도 우리기업들이 극복해야 할 과제다. 지난 9일 싱가포르에서 개막된"아시아 텔레콤 97"행사만 보더라도 일본업체들은 국내 CDMA보다 한단계 발전한 광대역 주파수 W-CDMA기술을 선보였으며 조만간 한국시장을 공략하겠다는 공언까지 했다고 한다. 여기에 비해 한국업체들은 후속기술및 서비스 개발을 등한히 하고 있는 인상이 짙다. 심지어 종주국이라는 자만심에 빠져있다는 소문도 들린다. 기술의 수명이 짧아지게 마련인 정보화시대에는 기술의 개발보다 개발된 기술을 지켜내기가 더욱 어렵다는 것을 우리기업들도 명심해 주었으면 한다. (한국경제신문 1997년 6월 19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