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경칼럼] 교육의 위대성 .. 이종오 <수필가>

미국에 갔을 때 유태인들의 자녀교육법에 대해 들은 적이 있다. 그들은 지식 교육보다 탈무드를 기초로 하는 가정의 신앙 및 생활 교육을 중시한다고 한다. 혼자 걸을 수 있게 되면 아이들은 누구나 부모의 손을 잡고 조찬회에 참석하고, 자신이 번 돈의 일부를 떼어 헌금한다는 것이다. 크고 작은 조찬회에 참석하느라 어린이와 부모는 바쁘고, 조찬회 참석 횟수는 상급학교 입학에 커다란 영향을 미친다는 설명이었다. 어린이들이 번 돈이란 봉사에 대한 대가일 것임에 틀림없다. 어렸을 때부터 자본주의에 대한 기본교육을 시키는 셈이다. 이렇게 해서 그들이 세운 고등학교에 입학하면 특별한 일이 없는 한 졸업후 명문대에 진학하는데 별 문제가 없다고 했다. 성적보다 성실성과 봉사 및 참여 정신을 훨씬 중요하게 여기는 그들의 교육방식을 생각할 때마다 한국의 부모들도 하루 빨리 태도를 바꿔야 할 텐데 싶어 마음이 무거워진다. 사회를 바르게 하는 것은 전적으로 교육에 달려 있다. 다른 사람의 입장과 처지를 배려하고 함께 사는 사회를 위해 자신의 몫을 열심히 수행하는 자세를 가르치는 일이 단순히 지식을 습득시키는 일보다 몇백배 아니 몇천배 중요하다. 한국산 제품이 외국인들로부터 외면당하지 않으려면 모양과 품질 모두를 인정받도록 작은 공정 하나에도 정성을 기울여야 한다. 지구촌 시대의 물품은 그것을 만든 나라와 민족의 도덕성을 담보로 하기 때문이다. 세계속의 한국이 되려면 우리 교포들이 사는 곳 어디에나 한국의료진으로 이뤄진 커다란 병원이 있어야 한다. 한국인으로 구성된 세계적인 법률회사도 만들어져야 한다. 한국인의 위상을 떨칠 학교가 세계 각지에 세워져야 함도 물론이다. 이 모든 일들이 이뤄지려면 무엇보다 교육의 방향이 제대로 정립돼야 한다. 전쟁의 잿더미에서 오늘날의 한국을 이룩한 바탕이 지식교육이었다면,21세기 세계화시대의 일등국민을 만드는 것은 참여와 봉사 정신을 기초로 한 인성교육이 아닐까 싶다. (한국경제신문 1997년 6월 20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