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경칼럼] 청소년과 예술 .. 이종오 <수필가>

모든 연령층이 자기 세대가 가장 불행하다고 생각한다는 글을 읽은 적이 있다. 부모세대가 볼 때는 아쉬울 것 없이 자란 듯한 30세전후 젊은층도 그 점에선 마찬가지인 모양이다. 결혼한 아들내외는 얼마전 청소년기를 보내는 동안 내면의 예술성이나 공부 이외의 감춰진 능력을 계발할 기회가 없었다고 털어놓았다. 문화적인 소양을 쌓거나 자신만의 세계를 갖는 일은 "하고 싶어도 할 수없었다"는 것이다. 스스로 인생을 설계하거나 자신을 자유롭게 표출할수 있는 기회를 갖지 못해 내면세계를 충분히 발전시킬 수 없었노라고 했다. 꽉 짜여진 틀 속에서 생활할 것을 강요하는 가정과 사회의 분위기가 그들을 억압하는 환경으로 작용했다는 얘기였다. 학교는 물론 사회 어디서도 사람을 배려하고 개인을 존중하는 분위기를 찾기 어려웠다는 설명이었다. 청소년기는 삶의 모든 가치관이 형성되는 때다. 따라서 지금부터라도 기성세대는 청소년들이 보다 자유롭게 폭넓게 생각하고 주변의 모든 것을 긍정적으로 받아들일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줘야 한다. 초등학교는 물론 중.고등학생들에게 예술을 지도하거나 보다 많은 감상기회를 갖도록 하는 것은 그같은 환경조성의 첫걸음이라 할수 있다. 예술은 영혼의 착상에서 비롯된다. 따라서 문학이나 음악 무용 미술 연극 어느 것이든 예술을 가까이 하면 사고의 폭을 넓히고 창조의 영역을 키워갈수 있다. 열정이 넘치는 청소년기엔 모든 사물이 인상깊고 감동적으로 다가선다. 예술은 그같은 열정을 승화시켜 보다 깊이있고 부드러운 인성을 형성한다. 어느 분야의 천재든 그 이면에는 예술성이 자리잡고 있는 경우를 흔히 본다. 특히 고급예술이 갖는 차분함이란 무엇엔가 정진하는데 절대적 요소가 되는 경우가 많다. 대가들의 영혼이 집약된 고급예술은 그것을 가까이 하는 사람들의 생을 정화시킨다. 예술은 사람의 마음을 어지럽히고 심성에 고여 오는 논쟁거리를 가볍게 걸러내는 역할을 한다. (한국경제신문 1997년 6월 27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