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중분석] '한보 부도후 계열사 어떻게 됐나'

한보철강이 부도난지 23일로 5개월이 지났다. 한보철강을 비롯한 (주)한보 한보건설 한보에너지 상아제약 등 5개사는 법정관리를 신청해 현재 재산보전관리를 받고 있는 상태다. 이들 계열사의 경우 이젠 법원의 판단에 따라 제3자 인수등의 절차가 진행될 예정이다. 그렇다면 한보그룹의 총 22개 계열사중 나머지 17개사는 어떻게 됐을까. 한보철강 부도라는 폭풍에 휘말려 공중분해될 것이으로 점쳐졌던 이들 계열사들은 지금 어떻게 꾸려가고 있을까. 결론부터 얘기하면 이들 계열사는 폐업 명맥유지 재기모색등 크게 세갈래 길을 제각각 걷고 있다. 특히 일부 계열사는 이름을 바꿔가며 나름의 활로를 개척하고 있어 주목된다. 우선 돈을 벌기보다는 쓰기만 해온 한보경제연구원과 정암생명공학 연구소는 한보철강 부도직후 일찌감치 간판을 내리고 문을 닫았다. 또 당진제철소 시스템 통합(SI)등을 맡았던 한보정보통신이나 아파트 관리를 전담하는 한보기업,골프장을 건설중이던 여광개발 대석실업 등은 모두 유명무실한 상태로 근근히 연명하고 있다. 한보가 시베리아 가스전 개발의 꿈을 키우려 설립했던 동아시아가스회사도 추가 투자가 어려워 마찬가지 운명에 처했다. 금융 계열사들도 사정은 비슷해 한보선물 한보상호신용금고 등은 정상적인 영업을 하지 못하고 있는 상황. 한보철강판매 상아종합판매 대성목재등은 각각 한보철강 상아제약 한보건설등이 출자한 회사들이어서 법정관리를 신청한 모기업과 운명을 함께 할 것으로 보인다. 그만큼 독자적인 회생 가능성은 크지 않는 편. 그러나 한맥유니온 이탈리아모터스(IMC) 한보관광 승보목재 승보 강등 5개 계열사는 어려운 여건 속에서도 재기의 발판을 다지고 있다. 실제로 이들 계열사는 한보철강이나 (주)한보등 부도난 계열사들과 지급보증 관계가 많지 않아 자체 회생 노력이 가능한 회사들로 꼽혀왔다. 우선 방송용 영상물을 제작해온 프로덕션인 한맥유니온은 부도후 구조조정을 통해 기업 홍보영화에 주력하며 재기를 노리고 있다. 한보철강 부도전 2백여명에 달하던 직원들이 70여명로 줄긴 했지만 경영활동이 점차 활기를 찾고 있어 회생가능성은 높은 편이다. 한보관광의 경우 최근 이름을 상아관광으로 바꿔 "한보 이미지"를 벗어 던지고 본격적인 영업을 다시 시작했다. 6월초 김대중(김대중)국민회의 총재가 전국 버스투어때 이용했던 버스도 상아관광 버스였다. 또 이탈리아의 피아트 승용차를 수입 판매하는 IMC도 별달리 자금난을 겪지 않고 영업을 하고 있다. 승보철강 승보목재 등도 공장을 정상가동하며 영업을 계속하고 있는 것으로알려졌다. 이들 계열사들이 "부도 한보"의 피해를 적게 본 것은 그동안 한보철강이나(주)한보등 주력 계열사들과는 별개의 독립적인 경영이 이뤄졌던데다 대부분 계열사명에 "한보"라는 이름이 없어 직격탄을 피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또 다른 계열사에 비해 직원들의 이탈도 적었던 게 회생 노력의 전기가 됐다. 물론 이들 회사의 향배는 아직 불확실하다. 회사 지분중 80~90%이상을 정태수 총회장이 소유하고 있어서다. 검찰은 정총회장의 재산을 전부 몰수할 예정이어서 언제 어떻게 상황이 돌변할지 모른다. 이들 이회사 법정관리를 신청한 기업들과 마찬가지로 제3자 인수등의 수순을 밟아 나갈 가능성도 배제할수 없다는 얘기다. 한편 회생 가능성이 큰 계열사중 상아관광과 승보목재는 정총회장의 장남인 종근씨, 한맥유니온은 차남 원근씨, 승보철강안 3남 보근씨,이탈리아모터스는 막내 한근씨가 경영을 책임지고 있는데 이들 모두 경영권에 강한 집착을 보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한국경제신문 1997년 7월 2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