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자칼럼] 기업의 수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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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들은 오래 살기를 원한다. 인간들의 조직체인 기업도 마찬가지다. 사람들이 장수하기 위해 별별 안간힘을 다하듯 기업도 업종전환 사업다각화 등 몸부림을 친다. 그래도 영속하는 것은 없다. 다만 얼마큼 수명을 누리느냐가 문제다. 기업에도 출생률이 있다. 기업의 총수에 대한 신설기업의 수를 비율로 나타낸 것이다. 일본의 예를 보면 전에는 7%대이던 출생률이 최근에는 4% 안팎으로 떨어졌다. 몇년전 통계를 보면 연간 28만개 기업이 새로 탄생하고 24만개 기업이 도태되고 있다. 한국도 요즘 벤처기업등 새로 창업하는 업체들이 늘어나 기업의 출생률에는 문제가 없어 보인다. 하지만 산업구조변화와 불황이 겹쳐 중소기업등 무더기 도산이 줄을 잇고있어 기업사망률 또한 높아지고 있다. 톨스토이는 "모든 행복한 가정은 서로 닮았지만 각개의 불행한 가정은 각기 불행의 씨를 갖고 있다"고 했다. 결국 장수기업들은 공통점을 갖고 있다는 말이 된다. 한국어판 하버드 비즈니스 7~8월호에는 장수기업에 대한 제우스씨의 주목할만한 연구논문을 싣고 있다. 세계적으로 가장 오래된 기업을 조사한 결과 기업의 수명은 2백~3백년 또는 그 이상도 될수 있다고 한다. 다만 기업들이 그 잠재력을 발휘하지 못해 일찍 쓰러진다는 것이다. 기업들의 도산은 경영방식이 경제학적 사고에 너무 치중하기 때문이라는 증거가 많다고 한다. 재화와 서비스생산에만 열중하고 기업조직이 인간의 공동체임을 망각하여기업이 사망한다는 주장이다. 장수기업의 특성으로는 우선 보수적인 자본운용을 꼽고 있다. 옛날식으로 저금통에 떼어 둔 여유자금이 기회를 포착하는데 얼마나 유용한가를 아는 기업들이라고 한다. 이밖에 세상의 변화에 대한 민감성 조직원들의 일체감 새로운 아이디어에 대한 관용등을 내세우고 있다. 자산을 기업존재의 핵심으로 생각하는 회사는 공장과 설비를 살리기 위해 사람을 버리기 일쑤인데 이런 기업은 망한다는 것이다. 한국기업들의 너무 과욕적인 방만한 경영, 회사를 살리기 위해 사람들을 헌신짝 버리듯하는 세태에 대한 경고가 아닐수 없다. (한국경제신문 1997년 7월 7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