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영혁신 특별세미나] '불황탈출과 21세기...' .. 주제발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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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가 회복될 조짐이라는 경제지표가 여기저기서 나오고 있다. 그러나 기업들은 경기회복이 피부에 와닿지 않는다는 얘기들이다. 구조적 불황이란 지적은 많았지만 이렇다할 대책제시는 적었다. ''W이론''을 강조했던 서울대 이면우 교수는 최근 한국인력개발연구원과하이터치가 공동 주최하고 한국경제신문사가 후원한 경영혁신 특별세미나에서 ''불황탈출과 21세기 대경쟁시대 난관을 극복하는 한국형 경영혁신전략''이란 주제를 통해 불황대책을 제시했다. 이교수의 강연내용을 간추린다. ======================================================================= 우리 경제는 심각한 위기에 처해 있다. 우리 경제와 산업은 정체돼 있거나 후퇴하는 것이라기보다 폭포수에 휩쓸려 내려가듯이 급전직하할 가능성도 있다. 그러나 더 큰 문제는 이런 위기를 극복할 명확한 대책이 아직까지 제시되지 않고 있다는 점이다. 산업경쟁력의 위기상황은 고임금-저효율 등의 단편적인 문제때문이 아니라 10여가지의 악순환 고리의 결과로 나타난 것이다. 그 악순환의 고리는 "낙후기술의 도입"으로 시작된다. 도입한 기술이 낙후기술이다보니 그에 걸맞는 설비는 한번도 사용하지 않은 기계라도 노후설비라고 할 수 있다. 따라서 자체기술이 없고 자체개발한 설비가 없으니 핵심부품을 생산할 능력도 없다. 대부분의 핵심부품도 수입에 의존할 수밖에 없다. 이제껏 우리가 장점으로 가지고 있던 저임금-양산체제가 고임금-저효율로 바뀌었으니 우리의 유일한 장점 또한 유실된 것이다. 또 언제나 OEM(주문자상표부착 생산)에 의해 외국 브랜드로 판매하다보니 고유의 브랜드가 없게 됐다. 그러다보니 독자상표가 없을 수밖에 없고 결국 우리나라 제품은 세계적으로 저소득층을 공략하는 저급제품이 될 수밖에 없었다. 결국 우리나라 제품을 산 해외소비자는 더 이상 한국제품을 사용하지 않게 될 때 자신의 생활이 향상될 것이라는 생각을 갖게 된다. 즉 한국제품을 사고 싶어 사는 사람은 없고 어쩔 수 없어 사게 되는 것이다. 해외 바이어에게 의존해 왔으니 유통망도 없다. 따라서 한국 제품은 사고 싶어도 어디서 파는지 몰라서 살 수가 없다. 유통망이 없으니 제품의 판매전략 또한 바이어에게 부탁하는 수준이상이 될 수가 없는 것이다. 유통망이 없으니 서비스망이 있을 리가 없다. 때문에 한국제품은 사서 첫번째 고장날 때까지 밖에 못 쓴다. 그래서 한번 한국제품을 산 사람은 다시는 한국제품을 사지 않겠다고 결심하게 되는 것이다. 이런 상황을 비유해 보면 수십년을 동네 골목에서 구멍가게를 해왔는데 다른 동네가게 물건이 한 푼만 싸도 동네사람들이 미련없이 다른 동네 가게로 발길을 돌리는 현상이나 마찬가지다. 다시 말해 단골이 없다. 단골부재 현상은 그동안 우리와 거래를 해왔던 바이어들이 미련없이 중국과 같은 저임금의 개발도상국으로 발길을 돌리게 만들었다. 60년대 우리나라 재계를 풍미했던 면방 목재, 70년대의 봉제 가발,80년대의 신발 자전거 등의 산업들은 모두 어디로 갔는가. 60년대 국내 10대 기업 명단에는 면방 목재 회사가 6개나 포함돼 있었다. 그러나 최근 발표되는 재계 순위에서는 찾아볼 수가 없다. 그렇다고 이들 산업자체가 세상에서 사라진 것은 아니다. 스스로의 혁신없이 2등에 안주해 있었기 때문에 지금 우리가 처해있는 악순환의 고리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다른 경쟁자들에게 자리를 내주고 무너질 수밖에 없었던 것이다. 그렇다면 우리에게 남아있는 산업은 무엇인가. 현재 우리의 주력 산업인 가전 자동차 철강 반도체 산업은 예외일 수 있는가. 별도의 필사의 노력을 취하지 않고 현재의 2등의 위치에 안주한다면 남아있는 산업의 미래도 안심할 수 없다. 지금까지 우리 산업은 고유 기술에 의한 성장보다는 주변 여건에 따라 성장과 쇠퇴를 반복해 왔다. 개발도상국의 약진, 선진국의 첨단 기술이전 기피 등 우리가 시장을 주도하지 못하는 상황에서 기존 산업의 경쟁력 상실은 당연한 귀결이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앞으로 어떤 사업이 유망한가. 대기업이 2000년 이후에 현재의 위상을 유지하려면 최소 6.3배의 신장이 이뤄져야 한다고 한다. 그런데 현재의 사업을 가지고 6.3배를 신장시킬 수 있겠는가. 그럴 수 없다면 첨단기술과 미래추세에 따라 새로이 전개될 신규사업을 새로이 시작해야 한다는 결론이 된다. 정보혁명시대에 부상할 사업은 현재 보이지 않는 부분이 80%이상이 된다고 한다. 즉 미래사업은 현재 보이는 사업의 다섯배로 늘어날 것이다. 만약 이런 사실에 의문을 품는다면 산업혁명시대 초기에 증기기관만을 보고 그로부터 파생되는 연관산업의 가치를 가늠하지 못하는 대지주와 같은 것이다. 지금 유망하다고 거론되는 사업은 유망하지 않다. 농업혁명시대 말기의 사탕수수밭에 집착하는 결과가 될 것이다. 소문난 유망분야에 뒤늦게 좇아가는 것 역시 유망하지 않다. 소문난 잔칫집을 힘들게 물어 찾아갔지만 잔치가 끝난 것과 마찬가지다. 정보화 시대의 첨단기술을 생각해보면 하나의 기술이 연쇄반응을 일으켜 일파만파를 이룬다. 수많은 첨단기술이 거미줄같이 얽혀있고 순식간에 전파된다. 따라서 본인이 모르는 분야도 인정해야 한다. 기존의 한 사업만을 고수하는 기업은 살어남기 힘들 것이다. 예를 들어 멀티미디어 분야를 살펴보자. 한마디로 요약하면 멀티미디어는 아직 요원한 경우가 많다고 할 수 있다. 우리가 멀티미디어 시대가 올 것이라는 말은 10년 넘게 들어 왔지만 정말로 온 것은 무엇이고 또 안 온 것은 무엇인가. 따라서 유망하다고 하는 사업이라도 어느 시점에 국한적으로 유망하다는 것을 알아야 정말로 유망한 것이다. 현재로서는 가장 먼저 오는 유망분야가 유망한 것이다. 결론적으로 미래 유망사업을 요약해보면 소문난 유망사업은 우리가 참여하는 시점에는 유망하지 않을 것이다. 또 모든 산업분야마다 첨단기술이 첨가되면 유망한 부분이 반드시 있고 본인이 현재 참여하고 있는 사업을 지속적으로 혁신하고 적응하는 것이 진정으로 정말 유망한 것이다. 요즘 벤처기업에 대해 관심이 부쩍 높아지고 있다. 벤처기업가는 자아구현의 집념이 강하고 제도권 범주에서 벗어나려고 하며 다른 사람들이 이해를 잘 못하고 별다른 대안이 없으며 돈을 벌겠다는 욕망이 강하고 위험부담에 대해서 두려움이 없는 사람들이다. 또 가치관의 변화가 큰 영향을 미친다. 예를 들어 벤처시대에는 대리석으로 된 50층짜리 사옥보다 세계에 회사를 알릴 수 있는 인터넷 홈페이지를 잘 만드는 것이 훨씬 더 중요하다. 이것이 정보혁명시대에 걸맞는 기업경영 형태일 것이다. 벤처기업의 기본정신은 연못이론으로 설명할 수 있다. 한 연못에 낚시를 담그고 고기가 잘 잡히지 않으면 즉시 포기하고 다른 연못으로 옮겨야 한다. 그렇지 못하면 결국 첫번째 아이디어에 연연하다가 실패하고 말 것이다. 서울대학교 인간공학 연구실은 지난 20년간 가전 정보기기 컴퓨터 등 인간공학과 소비자의 잠재욕구를 제품기능에 반영한 신제품인 하이터치 제품개발 연구를 지속적으로 추진해 왔다. 그 결과 지금까지 50여건의 신제품을 국내외 대표적인 기업들과 공동 개발했다. 인간공학 연구실과 국내 어떤 기업과 공동으로 실시한 연구결과에 의하면 뉴미디어 신제품을 개발, 그 한 제품으로 세계시장에서 20조원 또는 21조원어치를 팔 수 있다고 한다. 창의적 사고를 바탕으로 남들이 하지 않는 세계 최초의 신제품개발에 주력한다면 우리도 충분히 1품60조이상의 제품을 만들 수 있다. 각 개인마다 기업마다 작게나마 "1품1조"제품을 만들겠다는 생각을 하면 우리나라의 경쟁력은 다시 살아날 것이다. 1품 수조원의 히트상품이 우리나라에서 나오지 않는 이유는 그동안 우리기업은 항상 선진국에서 이미 만든 제품만을 따라서 생산해왔기 때문이다. 다시 말해 우리는 시장에서 소비자의 구매가 입증된 제품만을 생산해왔다. 이제 우리는 "엎질러진 물은 주워 담지 못한다"라는 속담을 이용하자. 우리도 일단 일을 벌여 물을 엎지르자. 또 위험을 두려워 하지 말자. 마지막으로 소작인이면서 선진국지주의 횡포를 불평만 하지는 말자. 그리고 우리 고유의 경영철학으로 정보화시대를 대비할 때 우리의 생존방안이 마련될 것이다. (한국경제신문 1997년 7월 7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