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9일자) 재무구조 개선에 생각할 점

본란은 그동안 정부의 기업재무구조개선대책에 대해 규제시책보다 기업과 금융기관의 자율적인 노력에 의해 이뤄지는게 바람직하다는 의견을 누차 제시한바 있다. 이런 점에서 지난 7일 전경련이 30대그룹의 기조실장회의를 열고 기업 스스로 재무구조개선을 위한 각종 대책을 적극 추진해야 한다는데 의견을 모으고 정부도 이를 도와줄수 있는 환경개선에 우선 힘써 줄 것을 촉구한 것은 일리있는 주장이라고 본다. 우리 기업의 재무구조가 극히 취약하고 따라서 개선노력의 필요성이 절실하다는데 대해 이의를 달 사람은 아무도 없다. 그러나 그추진 방법에 있어서 정부가 이미 제시한대로 차입금이 많은 기업에 대해 세제상의 불이익을 준다거나 현실적으로 불가능한 채무보증을 일정시점까지 완전 해소토록 하는등의 우격다짐식 규제는 현명치 못하다는 점을 지적하지 않을수 없다. 더구나 기업들이 재무구조를 개선하는 방법은 수익을 많이 내 내부유보를 늘리거나 직접금융시장에서 필요자금을 동원하는 등의 길밖에 없는데 그렇게 할수 있는 길이 막혀있다면 스스로의 노력만으로는 한계가 있을 것이다. 때문에 재계가 지적한대로 차입경영에 대한 규제이전에 금융기관의 책임경영체제확립과 직접금융시장 활성화, 금융기관의 중복보증요구관행 철폐등 환경개선이 선행돼야 할 과제라고 본다. 특히 재계가 지주회사 설립을 허용, 이미 존재하고 있는 기획조정실의 기능을 합리적으로 수용토록 건의한 것은 전향적으로 검토해볼만 하다. 경영조직은 전적으로 기업이 자유롭게 선택할 문제이지 정부가 왈가왈부할 일은 아니다. 그러나 법적 지위가 불분명한 기조실이나 비서실에서 그룹의 주요 경영상의 의사결정이 이뤄지고 그에따른 부작용도 없지않다고 보면 오히려 지난 87년부터 금지하고 있는 순수지주회사의 설립을 허용하는 것도 하나의 대안이 될수 있다. 물론 지주회사허용에 따른 부작용이 없는 것은 아니다. 경제력집중의 심화, 부당내부거래 우려 등이 대표적인 것들이다. 그러나 장점도 많다. 전략적 그룹경영과 사업경영의 분리로 그룹차원의 전략결정이 신속히 이뤄지고 자회사 독립으로 권한이양이 진전돼 기업의 원활한 구조조정이 가능해진다. 또 사업지주회사와 인수 합병등에 의한 기업결합이 허용되는 상황에서 순수지주회사만 금지하는 것은 논리적으로도 모순이라는 지적이 많다. 이같은 정황을 감안하면 정부가 제시한 기업재무구조 개선방안은 규제에 J앞서 제도적 환경개선이 먼저이고 특히 그 추진방법에 있어서 기업과 금융기관등 민간경제계가 자율선택토록 하는 것이 올바른 순서임을 다시한번 강조하고 싶다. 다만 재계도 지금과 같이 취약한 재무구조로는 극심한 무한경쟁시대에서 살아남기 어렵다는 점을 절감하고 비수익성 자산매각, 기업공개 확대, 불필요한 경비 절감등 그 대책 마련에 과거와는 다른 각오로 임해야 할 것이다. (한국경제신문 1997년 7월 9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