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경초대석] 모렐로 <이탈리아 산업디자인협회 회장>

"한국으로선 당분간 중간 수준의 기술과 약간 싼 가격으로 세계 시장을 공략하는 것이 불가피할 것입니다. 그러나 장기적으론 아주 특별한 디자인의 신제품을 연달아 내놓으면서 점점 제품의 부가가치를 높여가야 한다고 봅니다" 아우구스투스 모렐로 이탈리아 디자이너협회 회장은 이처럼 "한국 기업들이 디자인을 장기 경영전략의 핵심으로 삼아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달초 한국을 찾은 모렐로 회장은 "LG전자 디자인연구소를 비롯해 몇몇 대그룹 디자인실을 방문했다"며 "한국 기업들의 산업디자인 수준은 전반적으로 높았지만 "이것이 한국적인 것이다"라는 느낌을 주는 디자인은 찾아보기 어려웠다"고 털어놓았다. 그는 "전통을 디자인에 접목한다는 것은 새로운 창조를 의미한다"며 "아주 기본적인 요소가운데 전형적인 한국의 것을 찾아 디자인으로 승화할 수 있는지 여부에 성패가 달려있다"고 강조했다. "과연 어떤 것들을 한국적인 것이냐"는 질문에는 "어느 나라도 한국처럼 금속으로 젓가락을 만들지는 않는다. 특히 젓가락과 숫가락의 조화에는 탄성이 절로 나온다"고 말했다. 이어 "민속박물관에서 호미를 봤을 때도 놀랐다. 호미는 서양의 모종삽에 비해 훨씬 인체공학적이면서 정교하다. 이런 것들이 바로 한국적인 것이 아니겠느냐"고 열을 띠었다. 한편 우수산업디자인(GD) 상품전에 대해서는 "전시 작품들의 수준은 상당히 높았지만 대부분 서구 디자인의 추세를 따라가기에 급급한 것으로 느껴져 아쉬웠다"고 평가했다. 또 "행사 내용면에서도 이탈리아의 "황금콤파스상"처럼 디자인 기술 및 아이디어,소재등에 관한 전시가 함께 이뤄졌어야 했다. 이 밖에도 세계 수준을 가까이 접할 수 있도록 외국 디자이너의 작품도 소개됐으면 좋았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한국경제신문 1997년 7월 9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