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 유지 고육책 .. 정발협 지도부 '잇단 중립 선언'

신한국당 범민주계 모임인 정치발전협의회 지도부의 중립선언이 잇따르고 있는 가운데 소속 위원장들의 "헤쳐모여식" 특정후보진영 참여 움직임이 가속화하고 있다. 김수한 국회의장과 김명윤 고문이 지난 7일 중립을 선언한데 이어 정발협의서석재 이세기 김정수 공동의장도 9일 엄정 중립을 천명하고 나섰다. 서의장 등은 이날 정발협 사무실에서 상임집행위 회의를 소집, 이수성 고문과 이인제 경기도지사 지지문제를 둘러싸고 빚어진 갈등과 조직와해, 향후대책 등을 논의한 뒤 중립결정을 내렸다. 서의장은 회의직후 기자간담회를 갖고 "우리는 지난 1일 정발협의 이름으로특정후보를 지지하지 않겠다는 당시 취지를 재확인하고 정발협 이름으로는후보지지와 관련한 어떠한 입장표명도 하지 않고 중립을 지키겠다"고 밝혔다. 최형우 고문측도 성명을 통해 "온산계 이름으로 특정후보를 지지하지는 않겠다"면서 "개인의 정치적 소신과 판단에 따라 경선후보를 선택, 자유롭게활동하도록 했다"고 선언했다. 이에 따라 온산계의 한 조직인 정동포럼은 전체회원 36명중 송천영 회장을포함한 24명이 이날 이인제 지사 진영에 합류했다. 정발협 지도부의 이같은 연쇄 중립선언은 경선구도가 "절대강자" 없이 "단독 2위" 싸움이 치열하게 전개되고 있는데다 특정후보 옹립문제로 와해위기를 맞고 있는 상황에서 나온 것이어서 주목된다. 여권 관계자들은 이에 대해 회원들은 제갈길 찾아나서더라도 지도부만은 중심을 잡고 서있어야 그나마 마지막 승부수를 던질수 있다는 계산에서비롯된 고육책으로 보고 있다. 특정후보 옹립문제로 흐트러진 대오를 정비, 관망자세를 유지하면서 공정경선 분위기를 조성하고 경선후 탈당사태 등 후유증을 막아보겠다는 의도도눈에 띈다. 반이 노선을 분명히 했던 정발협 지도부가 이고문측에 유화적 제스처를 보내기 시작한 것은 이런 점에서 주목할만한 대목이다. 서석재 공동의장은 이날 "일부 회원들이 특정주자 캠프로 이동했지만 지도부는 건재하고 있는 만큼 연구단체로 계속 활동할 생각"이라며 "이회창 고문이후보가 되더라도 힘을 합쳐 정권 재창출에 나서겠다"고 말했다. 그러나 무엇보다 곧 구체화될 경선후보간 합종연횡및 연대에 대비해 "호흡조절"을 하면서 적극적인 역할을 하려는 포석이라는 견해가 지배적이다. 한마디로 7.21 전당대회에서 대역전극이 가능하다는게 정발협 지도부의 판단이다. 이와관련, 반 이회창 진영 대연합을 도모하려는 움직임이 감지되고 있다. 이한동 박찬종 고문과 김덕룡 의원 등 "3인 연대"가 정발협 지도부와의 접촉을 강화하고 있고 정발협내 이인제 지사 지지파가 급증하고 있는 것도 이와 궤를 같이하는 것으로 볼수 있다. 정발협 지도부가 선두 이회창 고문에 맞설 카드로 누구를 내세울지 정하지 않은채 2위그룹간 각개약진을 통해 2위를 차지하는 후보에게 힘을 실어주자는"행동통일" 방안을 마련해놓고 있는 것도 같은 맥락에서 비롯된 것이다. 이는 특정후보에게 정발협 전체의 힘을 몰아줄수 없을 정도로 정발협이 분열된 탓도 있지만 불공정 시비를 염두에 둔 것으로 풀이된다. 그렇지만 정발협 지도부의 이같은 계산이 제대로 먹혀들지는 미지수다. 2위그룹 후보에 대한 줄서기가 한창인 상황에서 합종연횡의 중심축을 누구로할지 접점을 찾기가 쉽지 않기 때문이다. 특히 이회창-이인제 2강구도를 성급히 점치고 있는 관측도 나오고 있으나 이지사의 가파른 상승세가 전당대회 당일까지 유지되더라도 정치정서상 선배격인 다른 후보들이 이지사의 손을 들어줄지는 불투명한 상황이다. 또 정발협의 반이 대연대 움직임을 무산시키려는 이회창 고문측의 반격도 변수중 하나다. 이고문측은 정발협이 사실상 와해된 상황에서 1차투표에서 끝낸다는 계획하에 6자 연대구도를 무너뜨리려는데 총력을 쏟는 분위기다. 이고문측에서는 이미 주파트너로 김덕룡 의원과 박찬종 고문을 지목,물밑접촉을 시도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한국경제신문 1997년 7월 10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