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상이슈] 미-EU 차업계 대표 방한 : 이젠 'NO'라고 말할때

"한국도 이제 "노(No)"라고 말할줄 알아야 한다" 미국과 유럽연합(EU) 자동차업계가 자동차시장 개방 압력을 행사하기 위한 사절단을 또다시 파견키로 한데 대한 국내 업계의 불만이다. "줄 것은 다 줬는데 무얼 더 달라느냐"는 볼멘 목소리다. 더구나 이번엔 한국시장 협공을 위해 미국과 EU가 공동사절단까지 구성했다는게 무척이나 불쾌하다는 분위기다. 13일 내한할 공동사절단의 요구사항이 과거와 크게 달라진 것은 없다. 지나치다고 느끼면서도 우리 정부나 업계가 분명히 "예스"나 "노"를 말하지 않아오던 것들이다. 예컨대 수입차의 시장점유율 10%까지 높일수 있도록 제도적인 뒷받침을 해달라든가 관세를 미국수준으로까지 낮춰주고 자동차세 등 각종 과세기준을 고쳐달라는 것 안전기준이나 형식승인 절차를 간소화해 줄 것 등이 대표적이다. 여기에 수입차 판매의 걸림돌이 되고 있는 소비절약운동에 대해서도 강한 우려를 표시할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어쨌든 전체 내수의 1%에 불과한 수입차의 시장 점유율이 10%정도로 올라갈때까지는 끊임없는 압력을 행사하겠다는 전략으로 보인다. 국내 업계로선 여간 불만이 아니다. 관세부분부터가 그렇다. 우리나라의 자동차 수입관세는 8%. 세계적으로도 낮은 수준이다. 미국이 2.5%에 불과하다지만 유럽은 아직까지 10%를 유지하고 있다. 미국도 모든 자동차에 2.5%의 관세를 매기는건 아니다. 지프형자동차나 미니밴 같은 차종을 비롯한 모든 상용차에 대한 관세는 25%나 된다. 엑센트나 세피아가 미국시장에 수출될 때는 관세가 2.5%에 불과하지만 상용차는 무거운 관세탓에 수출할 엄두를 내지 못하고 있다. 반면 미국산 상용차는 8%의 관세만을 물고 국내에 수입되고 있다. 세제에 대한 요구는 아예 내정간섭 수준이라는게 업계의 주장이다. 소비절약운동도 마찬가지다. 우리나라의 지난해 무역적자는 역대 최고치인 2백37억달러. 이것이 제반 경기에 악영향을 미쳤다는 점을 감안하면 이런 사회운동은 너무나 자연스런 일이다. 지난 4월 미국 무역대표부(USTR)가 내놓은 제12차 국별 무역장벽보고서(NTE)에서는 한국의 소비절약운동에는 정부의 암묵적 승인이 있었다는 비판이 실려 있다. 한국에서는 교통경찰관들이 수입차 보유자를 괴롭힌다는 평가까지 들어있는보고서니 그럴만도 하다. 선진국의 요구는 개별산업의 적자 차원에서 시작된다. 한국이 연간 1백만대가 넘는 자동차를 수출하면서 정작 수입은 에 불과하다는 논리다. 그러나 우리는 지난해 미국에 대해서만도 무역적자가 39억달러에 달했다. 올해는 5월말까지만 해도 대미 적자규모가 무려 52억달러를 넘어섰다. 엄청난 흑자국이 개별산업에서 적자를 본다고 그 부분만 떼어 논의하자는건이해하기 어려운 발상이다. 한국자동차공업협회 이동화(이동화) 이사는 "우리도 불공정 관행으로 비춰질수 있는 부분은 성실히 고쳐나가야 한다"며 "그러나 미국이나 유럽도 더 이상 무리한 요구에 집착하기보다는 한국시장에 맞는 마케팅 전략으로 스스로 시장 점유율을 높여나가려는 노력을 기울여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한국경제신문 1997년 7월 10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