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은행 책임경영체제 확립 여건마련을" .. 최승우

최승우 은행의 소유구조를 둘러싼 논쟁은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며 우리나라에서만이슈가 되고 있는 사안도 아니다. 최근 미국에서도 산업자본과 금융자본의 결합여부를 둘러싸고 상하원간에 의견이 대립되는 등 진통을 겪고 있다. 더마토 상원 은행위원장이 주도한 상원안은 산업과 금융의 출자제한을 풀자는 입장인 반면, 리치 하원위원장이 준비한 하원안은 경제력 집중에 의한 미국경제의 경쟁력 저하가 우려되므로 이를 제한하자는 의견을 제시하고 있다. 우리나라에서는 지난 90년대 초 금융전업그룹에 대한 논의가 활발할 당시 이 문제가 핫이슈로 떠올랐다가 은행주식에 대한 동일인 지분소유 한도를 기업 4%, 금융전업가 12%로 제한하는 절충안으로 일단락된 바 있다. 그러다가 지난 1월 금융개혁위원회가 발족되면서 은행의 소유구조를 둘러싸고 또다시 뜨거운 논쟁이 재연되었다. 금개위에서도 처음에는 은행의 주인을 찾아주기 위해서는 산업자본의 은행지배를 강화해야 한다는 논리가 지배적이었으나, 최종적으로 4% 소유한도를 유지하되 일정한 요건을 충족시키는 경우에 한하여 10%까지 허용하는 절충안을 채택, 대통령에게 보고하였다. 이에 대하여 재경원에서는 처음에 금개위가 제안한 내용보다도 산업자본의 은행지분한도를 더 높여야 한다는 쪽으로 분위기가 기울어 졌으나, 대기업 은행지배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높아지자 4% 한도는 그대로 유지하되 금융지주회사 제도를 도입하고 5대 재벌의 비상임이사회 참여를 허용하는 선으로 가닥이 잡혀가고 있는 듯하다. 금개위나 재경원이 산업자본의 은행지분확대 문제를 놓고 이토록 많은 고심을 한 것은 당연한 일이다. 은행의 주인을 찾아주자는 논리는 금융의 사금고화와 경제력 집중이라는 우려와 직경되기 때문이다. 그러나 "은행의 주인 찾아주기"문제를 산업자본의 금융지배가 필요하냐 그렇지 않으냐 또는 산업자본은 나쁘고 금융자본은 좋다는 이분법적 논리로 풀려다보면 자칫 일을 그르칠수 있다. 비산업자본가가 은행의 주인이 된다 하더라도 경영권과 소유권이 남용되어 자금배분이 왜곡될 경우 똑같은 모순에 부딪히게 되기 때문이다. 또한 주인의 존재가 은행의 책임경영체제 확립과 경쟁력 강화와 절대적 상관관계를 가지고 있는지에 대한 확실한 결론이 내려져있는 것도 아니다. 일례로 독일의 대형은행들은 산업자본의 금융산업 참여에 대해 공식적인 제한을 받지 않지만 소유권이 광범위하게 분산되어 있어 사금고화의 문제를 야기하지 않으면서 책임경영을 하고 있다. 즉, 단일지배주주 대신 일정수 이상의 집단지배주주제를 도입하여 주주간의 상호견제에 의해 소유권의 남용을 막고, 투자자 대표의 상설위원회 성격을 가지고 있는 감독이사회(Srpervisory Board)의 철저한 관찰과 경영감독으로 책임경영체제를 실현하고 있는 것이다. 그러므로 "은행의 주인 찾아주기"와 "은행으 공공성고 중립성"사이에서 난무하는 갑론을박은 자기 소모적이고 비생산적인 논쟁에 지나지 않는다. 이것보다 더 중요하게 생각되는 것은 은행들이 스스로 책임경영체제를 구축하기 위한 기본원칙에 충실할 수 있도록 여건을 조성해 주는 일이다. 여기에서 기본원칙이란 주주자본주의(Stockhoder Capitalism)의 원리에 입각한 은행경영 즉,은행도 하나의 기업으로서 기업의 가치를 극대화하여 주주에게 높은 배당이익을 제공하려는 경영목표를 추구하는 것을 의미한다. 과거와 같은 지주자본주의(Stockhoder Capitalism)풍토에서는 당국의 중앙 통제적인 감독과 규제가 필요했지만 이제는 이를 시장규율에 맡기고 은행들 스스로가 책임경영체제를 확립하도록 자유롭고 공평한 게임 룰(game rule)을 만들어 주는 것으로 족하다. 이와 더불어 은행들은 관리위주의 경잭된 조직구조에서 벗어나 새로운 부가가치 창출을 위한 고효율의 탄력적인 경영체제를 구축하여 스스로 경쟁력을 길러 나가려는 노력이 요구된다. 따라서 은행의 소유구조를 둘러싼 논쟁들은 책임경영체제 구축을 위한 기본원칙을 따져보는 것에서부터 새로 시작해야 할 문제라고 생각한다. 마지막으로 미국의 상하원에서 은행의 소유구조에 관한 문제를 놓고 심도있는 토의와 충분한 여론수렴 과정을 통하여 경제사회 각 부문의 합의에 기초한 최선의 금융제도를 합리적으로 찾아나가는 모습은 우리에겐 타산지석이라 하지않을수 없다. (한국경제신문 1997년 7월 12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