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동차 1천만대시대 한국] (4) '술 취한 차 "비상"'

강원도 강릉시에 사는 김두현씨(42)부부에게 지난달 1일은 비극의 날이었다. 행복했던 김씨 가족은 한순간의 실수로 산산조각이 났다. 비극의 시작은 이렇다. 건축자재상인 김씨와 부인 송진원씨는 올케 등과 함께 모처럼 외식을 했다. 저녁과 곁들여진 한잔의 반주로 흥겨워진 분위기는 2차로 이어졌다. 동네 노래방에서 술과 노래로 한껏 기분좋은 시간을 가진 이들 가족은 12시께 자리를 파했다. 부인은 걸어서 7~8분 거리인 집까지 먼저 돌아왔다. 그러나 한참이 되도 남편이 안오자 집앞에서 남편을 기다렸다. 그때 한대의 트럭이 골목길로 접어들면서 송씨를 미처 발견치 못해 사고를 냈다. 남편 김씨가 자신의 1t 트럭으로 부인을 죽인 것. 사고 당시 운전사 김씨의 혈중 알콜 농도는 0.07%. 음주측정에 걸렸다면 1백일 면허정지에 벌금형을 받는 수치였다. 음주운전의 결과는 너무나 처참했다. 최근 강원도 화천 국도에서도 어처구니 없는 음주사고가 발생했다. 한밤중에 만취상태로 운전하던 트럭 운전사가 장마뒤 국도 보수공사를 위해 길에 세워둔 포클레인을 발견치 못하고 들이받아 목숨을 잃었다. 언제부터인가 우리사회에서 운전자들에게 음주와 운전은 병행이 가능한것이 됐다. 술자리에서 호기로 음주운전을 고집하는 경우도 빈발하고 있다. 때마다 반복되는 정부의 강력한 단속에도 불구하고 음주운전은 급증하고 있다. 성냥씹기, 초콜렛먹기, 껌씹기 등 음주측정을 피할 수 있는 비방마저 회자되고 있다. 96년 운전자 법규위반 통계를 살펴봐도 음주운전의 심각성을 알 수 있다. 운전법규위반 사례는 무면허 신호위반 등 10여개 위반 항목중 2번째로 높은 증가율을 보이고 있다. 지난해 음주위반으로 적발된 건수는 20만1천7백45건으로 한해전보다 4만1천9백17건이나 증가했다. 음주운전 작발건수 증가율은 26.2%로 운전법규 위반 평균 증가률 11.7%의 2배를 넘고 있다. 음주운전으로 인한 인명피해도 엄청나다. 96년 한햇동안 음주운전으로 귀한 목숨을 잃은 사람이 9백79명으로 한해전 6백90명보다 3백여명이 늘었다. 부상자도 3만8천8백79명으로 1만2천5백여명이 증가한 것으로 집계됐다. 음주운전의 피해는 운전자 개인에 그치지 않는다. 자신은 물론 타인의 행복한 가정까지 파괴한다. 음주운전은 살인행위이다. 이제 운전자의 의식이 바껴야 할 때다. (한국경제신문 1997년 7월 12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