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경칼럼] 기업 짝짓기 열풍 .. 박삼규 <중진공 이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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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속담에 "고무신도 짝이 있다"라는 말이 있다. 음과 양이 있는가 하면 동과 서가 있고, 요와 철이 있다. 사람이나 동물 식물 할것 없이 짝을 찾지 못하면 불완전하다. 본디 하나가 둘이 되었기 때문이다. 홀로 있을 때는 불완전하며 짝이 맺어져야 비로소 생산할수 있는 능력이 생긴다. 최근 들어 기업간의 짝짓기 열풍이 불고있다. 하청기업에서 부품을 생산하고 이를 모기업에서 조립하여 완성품을 만드는 전통적인 수직적 계열화는 이제 고전이 되었다. 업종이 서로 다른 중소기업이 상호 경쟁을 피해가면서 정보 경영자원을 교환하거나 공유하여 새로운 기술을 창출하는 이업종간 교류활동도 이제는 경영전략으로서 자리매김하고 있다. 영원한 적대관계일 것같았던 LG와 IBM이, 아시아나 항공과 노스웨스트가 상호이익을 위해 국경을 넘어 손을 잡기도 하였다. 삼성전자가 혼수 가전용품을 판매하면서 제일모직의 결혼예복을 무료로 주는가하면, 롯데 한진 코오롱 3개 여행사가 공동 광고및 판촉활동을 하고 있다. 대우자동차는 라노스 신제품을 출하하면서 "로미오"와 "줄리엣"이라는 이름을 각각 붙였다. 3도어형인 로미오는 남자, 5도어형인 줄리엣은 여자를 상징한다. 조선맥주의 하이트엑스필은 라벨이 푸른 색은 남성맥주, 흰 색은 여성맥주를 나타낸다. 이밖에도 공동기술개발, 인력교류, 시설 공동이용, 자본합작 등 다양한 형태의 전략적 제휴가 등장하고 있다. 이런 현상은 환경변화에 살아남기 위한 매우 자연스러운 것이다. 사람과 사람, 기업과 기업, 국가와 국가간의 자매결연, 전략적 제휴,짝짓기, 네트워크 현상이 나타나는 것은 경쟁보다는 상호협력이 더 큰 시너지효과를 창출하기 때문이다. 경쟁하는 시대에서 적과도 서슴없이 협력하는 사회, 인간의 벽을 털어버리는 휴먼네트워크가 활성화되는 사회가 우리 인류의 삶을 풍요롭게 할 것이다. (한국경제신문 1997년 7월 14일자).